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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Feb 28. 2021

03/신앙 안에 함께하는 도반의 힘

(도반(道伴): 함께 도를 닦는 벗. 불교에서 온 단어이지만,  이해인 수녀님도 책이나 글에서 도반의 힘, 중요성 등에서 종종 이야기하셨다. 이 글에서는 큰 의미의 종교적 친구, 함께 신앙 안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이들로 정의한다.)


성당에선 그룹으로 성서 공부를 하거나, 피정, 수녀님과 함께 성경 공부한다. 코로나 19로 그 어떤 때보다 신앙생활을 잘하지 못하던 작년 연말 대림 시기를 맞으며 같은 연수에 나보다 전에 다녀온 이, 내 다음으로 다녀온 이와 함께 셋이 ‘성탄 시기 성경 필사’를 해보기로 했다. 모두 아끼는 동생이었기에, 같은 책을 선물해 매일 같은 부분을 필사하기로 했다. 매일,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 그렇기에 그 책도, 성탄에 맞춰 끝내지 못했고. 텅 빈 노트를 보며 ‘아, 그래도 내가 시작하자고 했는데, 언제까지 날짜를 정해두고 한번 책거리를 하자고 해볼까?’ 란 생각으로, 책거리 시간을 정해보자고 제안했다.


돌아보면, 어떤 일이든 끝이 중요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있지만, 끝이 좋으려면, 그 마지막을 위해 노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하고, 끝내는 일. 그게 책을, 필사 노트를 끝내는 일이라면, 또 함께 한 일이라면 반드시 그 마무리가 있어야 비로소 끝낼 수 있다. 대림과 성탄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1월 마지막 주로 날짜를 맞춰 셋이 조용히 만나 그 책과 함께 책거리를 했다.


지나온 2020년에 대한 소회, 2021년의 다짐, 신앙적으로 바라는 일까지 들어보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나눠볼 수 있었다. 상대와 가깝고, 카카오톡방에서 좋은 글, 묵상글, 신부님 강론 등을 나누어도, 또 속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비로소 그 시간에 올해 특별히 기도할 것, 바라는 점도 나눌 수 있었다.


영적 도반이란, 이렇게 같은 믿음 안에 시간과 마음을 쓰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인지도 모른다. 우리 셋은 올해 사순 시기에는 <이해인의 말>이란 이름의 책을 읽고, 각자 특별히 좋아하는 수녀님의 시를 나눠보기로 했다. 미리 앞서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 분의 글을 나눔으로 한참의 시간 후를 걷는 이들인 우리도, 어떤 시간을 나눌 수 있다.


매주 미사에서는 주보를 보면서 '말씀의 이삭'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도 ‘아! 이 분도 신자셨구나.’를 알게 된다. 괜히 더 반가운 맘이 든다. 세례명을 알고 나면, 왠지 모르게 그분과 좀 더 친밀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 (로마 10:17)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신부님의 강론, 수녀님의 나눔, 영적 도반의 나눔, 또 신앙인의 글과 말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 너무 자주 들어 진부하기도 한 이 말이 신앙 안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 된다. 혼자인 신앙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신앙으로 맺어진 대부모 관계든, 성경 공부를 함께 한 이든, 같은 강의를 듣는 이든.. 누구나 될 수 있다. 우리 각자의 마음을 열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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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함께 무언가 나누어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3월 마지막 주일 오전 11시, 랜선으로 만나면 어떨까요?

관심 있는 분은 요안나의 홀리저널로 메일 보내주시면, 줌 링크를 공유드리겠습니다.

조용한 독자분과의 만남도, 또 2021년 사순 시기의 이야기를, 이해인 수녀님의 시나 글 중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요! 함께 나누는 것의 힘. 직접 느끼고 경험하길 바랍니다. :)

holyjour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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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요안나 @lifeisjina

쓰거나 쓰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다양한 인연과 깊은 체험을 이 연재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신설화 @shinseolhwa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
평화의 상점 사라와 카드 숍 P.S. draw and mak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안나의홀리저널 은 매달 2/4주 주일 아침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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