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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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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지나는 어떤 사람?


최근 몇 년간의 나는, 가족 안에서의 나, 작업실에서의 나, 성당 공동체 안에서의 나,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 안에서는 나는, 모두가 부르는 사람. ‘엄마’ 같은 존재다. 엄마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각자 대부분 한 명의 엄마밖에 경험하지 못하니, 나의 엄마는 늘 챙기는 사람,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하는 사람, 하고 티 안내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 등으로 생각된다.


헤어 드라이기가 고장 나면 AS 전화하고, 동영상 찍어 e-mail 보내고, 집안 대소사 관련 연락 돌리는 인물이니까. 때론 비상벨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어떤 일이 있을 때, 나를 찾고, 부른다. (그리고 상당 부분 해결된다!) 엄마의 별명이 해결사였는데, 나도 어떤 부분 그런 존재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에 몇 퍼센트는, 모두가 나를 부르기에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의 시간이 아니었나, 란 생각도 든다.


성당 동생들에게는 포도나무 같은 사람. 포도나무를 직접 본 적이 있는지? 가지는 엄청 얇은 하나인데, 무수히 많은 줄기 속에 포도가 죽 늘어져있다. 본당이 아닌 성당에 다니면서 나를 따르고, 친해진 이들이 생겨나고, 한 3년 사이 대녀가 7명이 늘었다. 돌아보면 무언가에 홀린 듯한 시간인데, 그 사람들 덕분에 엄마의 투병기간과 장례를 치르며 크게 힘을 받았다. 포도나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인연 속에 어떤 이는 아름다운 포도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와는 택배로 포도를 받으면 꼭 한 두 송이는 짓이겨져 있듯, 그렇게 처음을 알 수 없는 관계도 있다.


엄마든, 포도나무든, 한 사람이 가진 가정적, 사회적, 종교적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각각의 그 역할이 마음에 드는지에 대해서도. 혹여 맘에 들지 않거나, 이제 좀 다른 모습이고 싶다면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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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포함해 자기의 이야기를 써보자는 질문에 써 내려간 글. 내가 보는 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 각기 다른 역할과 상황 속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아간다.


@행궁동 무루 작업실에서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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