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삼계탕
오늘은 복날, 삼계탕의 날이었다.
삼계탕은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들에게 모두 엄마를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다.
엄마는 결혼 후 평생 한 집에서 사셨다.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 주택 살이는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이다. 집 앞과 옆, 이웃과의 관계의 중심에는 늘 엄마가 계셨다. 엄마는 그 정점에서 가족 너머의 가족을 만들 수 있는 분이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나에게 밥을 제일 많이 사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웃들 가운데는 밥으로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분이 많다. 엄마에게는 밥 나눔이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빈 그릇으로 오는 쟁반은 엄마의 행복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골목은 우리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가가 되었다. 주차장이 없는 우리 집은 골목에 있는
상가 주차장에 차를 맡겨야 한다. 엄마는 상가 주차장을 관리하시는 분들을 늘 잘 챙기셨는데 그중 흰머리의 주차 반장님은 손 큰 엄마에게 가족과도 같았다. 십 년 넘게 복날마다 주차장 관리하시는 분들과 삼계탕을 나누셨던 엄마였다.
오늘 초복에는 많은 분은 챙기지 못하고 가장 큰 어른인 주차 반장님께만 삼계탕을 드렸다. 그런데 주차 반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나를 울렸다.
"오늘 나 어머님께 다녀왔어. 초복 더위에도 늘 삼계탕 해주셨던 게 생각나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서."
상실의 슬픔 속에서 같은 골목에 계신 분들에게 돌봄 받고 있음을 느낀다.
서로의 말과 눈빛, 기억과 추억의 음식에 곱씹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앞으로 삼계탕을 먹을 때는 눈물 한 방울도 함께 삼킬 것 같다.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