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가족모임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까지 돌봄의 대상이라고 여러 번 들었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던 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1년까지는 호스피스 병동의 사별가족모임에서 그 가족과 만나 그들의 상태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후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어제 처음으로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사별가족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은 미사, 그림 나눔, 점심 식사 순으로 이어졌고 미사 중간에 꽃 봉헌과 초 봉헌이 있었다. 꽃과 초 안에서 엄마의 이름을 찾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병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병동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유독 반갑고 감사한 분이 생긴다. 나도 다른 환자의 가족들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환자가 아니었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떠나는 이가 남아 있는 이들에게 크고 작은 인연을 주고 간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말이 오랜만에 생각났다.
모여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는 A3 종이를 세로로 3번 접은 뒤, 맨 아래 칸에는 ‘과거의 기억 중 가장 절망적인 순간’, 가운데 칸에는 ‘현재 나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들’, 제일 위 칸에는 ‘내가 꿈꾸는 미래’를 생각해 그리게 했다.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린 뒤 그림에 담긴 내용을 각자 원하는 만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 내용을 정하고 그릴 때도, 또 그린 그림을 나누면서 눈물, 콧물을 많이 쏟았다. 아빠와 남동생 앞에서 제법 많이 울었다. 울고 목이 메 기침도 했지만, 결국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일은 용기를 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울 수 있어 다행인 시간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아빠와 동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도 분명 좋았다.
우리 가족이 그린 ‘현재 나에게 큰 힘이 되는 것’에는 전부 작은 아이들이 담겨 있었다. 나에게는 조카, 아빠에게는 손자, 동생에게는 아들인 아이 둘. 결국 인간이, 가족이 슬픔의 시기에 위로와 위안이 되고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올해의 여정에서 체험한다. 존재의 힘. 그냥 그곳에 ‘살아 있음’이 주는 기쁨과 감사.
병동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 이 병원의 광고 문구에는 여러분의 ‘오늘’에 집중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죽음의 마지막 가르침은 ‘오늘’이 결코 당연하게 오는 것이 아니니 오늘을 더욱 잘 살아가라는 것 아닐까.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