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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27. 2020

005

달리기에 대한 나의 생각


‘하루 5분 달리기 도전’.


친하게 지내는 달리기 마니아이자 러닝 코치인 S님이 코로나 시기 랜선 인증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루 5분. 그까짓 거!’라고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하루 5분 달리기를 목표로 하고 시간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내가 시작한 첫 달은 6월이어서, 무더위의 시작, 비, 습도 등의 장애물도 있었다. 진정한 러너라면 그런 것쯤은 장애물로 생각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일반인이자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으로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릴 적 눈높이 선생님이 오기 전, ‘숙제 다 했는데 학교에 두고 왔다.” 피아노 뒤에 숨겨두고는 “다 했는데 없어졌어요.” 등의 핑계와 거짓말을 생각하듯, 달리지 못한 하루는 인증하는 대신 온갖 핑계를 다 적었던 것 같다.

6월 달리기를 할 때 성우님이 무더위 속에 어떻게 달리냐는 참가자의 말에 " '이른 아침에 달려보기', 늘 달리던 시간을 달리해보기••처럼 더워도 일단 정면 돌파해보시면 어떨까요?" 등으로 대답해주었다. 사실 무엇이든, 정말 좋고 해보고 싶다면 더위는 장애물이 되지 않음을, 그때 그 대답으로 깨닫게 됐다.

그런데 그렇게 무더위를 뚫고 달리고 온 날은 평소에 달린 날보다 훨씬 뿌듯함이 컸다. 대부분 운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에 습관으로 만들어지고, 그 습관은 일상의 우선순위도 다르게 한다. 달린 뒤 인증의 시간이 그 어떤 뿌듯함보다도 컸다. 작가 김연수의 글에 홀려 달리기를 시작했던 나는, 여름엔 쉬고, 9월엔 한 달 50킬로, 10월엔 한 달 60킬로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달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주변 사람들에게도 달리기를 권한다.


달릴 땐 세상이, 지금 이 길이, 눈 앞의 땅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내가 앞으로 가고, 땀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랄까. 달리기는 지구 어디에서든, 그저 달리면 되는 운동이기에 나는 달리기를 오래 즐기고 싶다. 페이스는 6:30-7 분대이지만, 무더위에도, 추워서 움츠러들 때에도 일단 달리러 나가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한 달 60KM를 목표로 달리기를 하는 요즘. 오늘까진 53.67KM다. 하루 5분 달리기는, 이름처럼 쉽지 않아서, 한 주에 세 번 정도 좀 더 긴 시간을 달리고 있다. 달리다 보면 서울의 곳곳이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이 되고, '다음엔 여기 달리러 와 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집 근처 작은 공원을 열 바퀴 달리는 것보다 올림픽공원 두 바퀴를 돌아보면, 내 세계가 그만큼 넓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있는 모든 곳이 달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만큼 좋은 운동, 쉬운 운동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키 어플(NRC)의 숫자로 보는 동기부여도 큰 몫이다. 아무튼 달리기를 통해 내 몸을 좀 더 알아가는 요즘이

참 좋다.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결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건  쪽에 달린 문제니까. 마찬가지로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원해야만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있다.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있는 일을 매일  ,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중.


내가 도움받고, 11월에도 이어갈 김성우 코치의

<마인드풀 러닝스쿨>

http://www.mindfulrunning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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