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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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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전 월동의 날

이번 주 토요일이 입동이라 옥상의 화분, 마당의 나무 모두 겨울 맞을 준비를 했다.


월동(越冬)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영어론 wintering, 한자는  越冬 넘을 월, 겨울 동. 겨울을 넘다 •• 는 뜻이었다.


겨울을 피하거나, 맞서지 않고 '넘는다'는 이 의미가 좋다. 그저 잘 넘어가길, 겨울의 추위도, 앙상함 너머의 봄을 상상하는 마음도 담아서.


볏짚을 직접 잇고, 감싸며 식물과 나무의 겨울이 무사히 지나길 바란다. 내가 시간을 들인 식물이 봄을 환히 맞아줄 시간을 상상한다.


계절을 보내는 일, 식물과 나무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은방울꽃 화분도, 서향 동백 화분도 이제 실내로 들여야 할 시기. 입동 전은 분주하다.


 "나이 들면 하루 밥 굶으면 힘들고 기력 없잖아요. 식물도 똑같아요. 물을 잘 줘야 해요.", 나무 위치를 바뀐 뒤 앙상해져 가는 나무는 결국 죽어서 오늘 베었고, 엄마 돌아가시고 헛헛한 맘에 정말 오버해서 큰 화분으로 산 수국은, 내가 잘 기르다 식물을 잘 모르는 누군가의 눈에 갈기갈기 잘렸었는데, 그때 그게 너무 힘들었는지 땅에 심었는데도 더 이상 살지 못해 그 부분도 땅을 파서 정리했다. 무지한 주인을 만나 괜한 고생시킨 건 아닌지. 반성도 한 하루.


겨울을 잘 보내고, 넘기고! 봄에 다시 보여줄 모습을 기대한다.


볏짚의 온기, 볏짚의 지혜에도 감탄하며.


가꾸는 일, 돌보는 일, 기르는 일, 책임이 따르는 일.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려면 그 이상의 부지런함이, 애정이, 책임이 따른다•• 겨울을 잘 넘기자!

은방울꽃 화분. 잎을 전부 잘라주고 겨울 맞을 준비. 오월에 아름다운 향기와 함께 나를 놀래켜 주기를 바라며.


담쟁이도 아이비도 단풍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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