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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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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어 있는 오빠의 유골함

묘지 개장을 하게 되면, 이미 모신 그 묘원의 관리 사무소에 연락을 하는 걸로 일이 시작된다. 돌아가신 분의 사망 날짜가 나온 제적 등본 등을 갖고, 가족관계 증명서,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 도장이나 기타 서류를 더 챙겨야 한다.


성당의 묘원 관리사무소 소장님은 올해 윤달이 있는 해라서 봄부터 1년 내내 묘지 개장 문의가 많았다고 했다. 개장 유골 화장이 따로 있다는 것도, 그 예약이 정말 치열하게(?) 금방 마감이 된다는 것도 올해 오빠의 묘를 개장, 이장을 준비하며 알게 됐다.


오빠의 묘가 있는 천주교 묘원에서 해주는 부분, 또 가족인 우리가 챙겨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듣고 가족들 중 대표가 되어서 (어쩌다 대표인진 모르겠지만 늘 가족 일엔 엄마가 대표였고, 엄마의 부재 후엔 나 스스로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언니나 남동생도 나에 대한 믿음, 존중 등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빠가 나이 70 넘어서, 죽은 아들을 개장하게 하는 것도 너무 슬프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고.) 개장 유골 화장의 날 전까지 유골함을 사고, (엄마의 장례 때 함께 해주신 직원분과 연락을 하고 있어서 ㅡ당시에도 개장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에 ㅡ 그분에게 연락드려 유골함을 주문하고, 오빠 이름과 생년을 각인해서 집 근처에서 받았다.


생각보다 무거운 유골함.

김소연 시인은 자신의 책 <한 글자 사전>에서 '관'은 이렇게 정의했다.

'처음 들어가서 눕지만 영원히 눕는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영원히 혼자가 된다. 가장 차갑지만 어쩌면 따뜻할지도 모르며 가장 딱딱하지만 어쩌면 아늑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골함도 우리가 들기엔 무겁지만, 그들이 지내기엔 한없이 가벼운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골함은 "고인이 평생 머무는 곳" 등으로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게 받기도 한다. (결혼이 평생에 한번이라는 이유로 여러 프리미엄이 붙고 돈을 쓰는 것처럼) 우린 삼 남매가 각각 1/3 내서 결제했다.


가족 안에 "내가 낼 수도 있지만 같이 내는 게 좋을 것 같지?" , "형한테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데 이거 라도 내가 할게." •• 한 마디 말이 또 살아있는 우리에겐 위로가 됐다.


18일은 개장 후 벽제에 가는 날,

19일은 엄마 옆으로 오빠를 모시는 날이다.

그런데 19일은 음력으로 엄마의 생신 날이기도 해서, 그저 웃음이 나고 미소 지어진다.


엄마에게 큰 선물이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서. (사실 이 날짜는 맞추고 싶어도 맞춰지지 못할 텐데, 참!:)


18일, 19일 모두 비 예보가 있다. 하늘도 울고 우리도 조금은 울겠지만 이 큰 일을 치르고 정리하면서 나도 내 역할의 정리, 내가 가진 힘과 에너지를 또 다르게 나눌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엄마는 늘 말했다. "동기간에 잘 지내야 해!"

언니, 동생과 아빠와 어쩌면 우리 가족의 역사 안에 큰 슬픔을 잘 묻고, 또 다른 형태로의 장례를 잘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 기도 해주시기를.


고 이태상 요셉 (810927~8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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