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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Mar 22. 2020

독일에서의 코로나 19

당분간 독일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럽은 지금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더 걱정되어서 이곳에서 마스크를 사서 보내줄까 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는 듯하다.


3월 말에 남자 친구와 핀란드에서 간단하게 결혼식을 할 예정이어서 3월 초에 이미 핀란드행 비행기와 호텔까지 다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슬슬 몰려오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항공사 홈페이지에 예약 현황을 확인해보니, 가는 날 비행기가 이미 취소되었고 다른 날짜로 변경되어 있었다. 이래도 일단 가야 하나 싶어서 조마조마하면서 계속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결국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결국 독일과 핀란드도 국경을 봉쇄했다는 뉴스를 확인하고는 마음을 비웠다. 다시 항공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뮌헨이었던 경유지가 프랑크푸르트로 변경되는 둥 난리가 아니었다. 환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결혼식 날짜는 지금으로서는 기약할 수가 없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호텔과 결혼식 예약 등등 다 변경 또는 취소를 해야 해서 정신이 없다. 남자 친구에게 ‘이건 우리가 결혼하지 말라는 신호인 것 같아’라고 농담으로 넘겨보려 했지만 매일 진행되는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금 머물고 있는 독일과 결혼식을 할 핀란드 상황까지 뉴스를 확인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까지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다시 항공권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무작정 미루자니 비자 만료일이 걸릴 것 같고.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조금만 몸이 피곤하기라도 하면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아닌가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국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이곳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 같다. 마스크는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안 했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못 봤다. 한국처럼 국민들을 위해 마스크를 공급해주는 나라는 없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우리는 사재기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재기로 곳곳이 비어있는 마트를 보며 불안감은 더해가고, 도시는 고요해졌으며 평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내에는 경찰차 여러 대가 보였다. 강 주변으로 가족과 산책하는 사람들과 혼자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집에 머물면서 전염 확산을 줄이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금요일 오후인데 텅 빈 시내.

사실 2월까지는 밖에 돌아다니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유럽 곳곳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 소식도 종종 들렸기 때문에 밖에 나갈 때는 꼭 남자 친구와 함께 나갔다. 그래도 가끔씩 나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고, 그래서 나갈 때는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어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지금, 한편으로는 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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