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코로나 19
그렇게 우중충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연일 해가 반짝이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록 지난 주말엔 바짝 춥고 눈도 내렸지만.
여전히 시내는 썰렁하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지만, 집에만 있기는 답답하고 햇살은 쬐고 싶지만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공원과 강가로 모이고 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 북부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외출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아서 낮에는 강가에 앉아 있거나,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뭔가 약간 느슨해진 느낌이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은 아직까진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경찰차들도 수시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는 최근 감염률이 약간 감소하고 있어서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라고 했지만 봉쇄를 해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https://www.dw.com/en/angela-merkel-sees-bit-of-hope-but-keeps-coronavirus-lockdown-in-place/a-53010223).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이런 것을 발견했다.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필요하면 가져가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사람들과 물건을 공유하는 작은 공간인데, 나누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갖다 놓고 필요한 사람들은 가져갈 수 있었다. 감염의 위험이 있는 음식은 두지 말라고도 적혀 있었다. 글을 읽고 있는데 개를 산책시키고 있던 한 할아버지가 바구니 안에 담겨 있던 초콜릿을 가지고 갔다. 물건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그동안 문을 닫았었던 내가 종종 이용했던 카페도 이날은 키오스크 형식으로 문을 열고 있었다.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고 카페 밖에서 주문을 하고 받아갈 수 있었는데, 직원은 장갑을 끼고 커피를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스크는 끼고 있지 않았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이제는 종종 보이지만(특히 나이가 많은 분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다닌다.
오래간만에 테이크 아웃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카푸치노를 한 잔 주문해 들고 잠시 산책을 했다.
장을 보러 레베에 갔는데 몇 주 동안 텅 비어있던 휴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쯤 갔는데도 이렇게 남아있는 걸 보니 뭔가 괜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트에서 가구 당 휴지를 하나밖에 살 수 없기 때문에 휴지가 이렇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마트 계산대에는 직원과 고객 사이에 플라스틱 벽이 생겼으며, 바닥마다 2m 거리를 표시해 놓았다. 그리고 마트를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 제한 및 거리 두기를 통제하는 보안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계산대에서 몇몇 직원은 ‘Einen schönen Tag(좋은 하루 보내세요)’ 대신 ‘Bleiben Sie gesund(건강 잘 챙기세요)’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정말 다들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