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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Jun 04. 2019

왜 핀란드를 선택했을까.

왜, 어쩌다가 핀란드에 왔어요? 아마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핀란드인들은 물론 물어보거니와 다른 외국 친구들, 이곳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도 물어보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나름 진지하게 높은 교육 수준과 무료 학비(안타깝게도 2017년부터 Non-EU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받고 있다. 2016년에 온 나는 다행히 내가 학비 무료의 마지막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북유럽 복지 국가, 깨끗한 자연환경 등을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대답하기 위해 말을 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주절주절 변명하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부터는 유머러스하게 운명론적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눈을 감고 지도를 찍었는데 그곳이 바로 핀란드였노라고. 그게 내 운명이었노라고. 그렇게 대답하고 나면 나도 상대방도 웃으며 아이스 브레이킹이 가능했다.


그런데 진짜 나는 왜 여기에 온 걸까?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하게 막연하게 선택해서 왔다. 물론 핀란드는 학비가 무료에 영어로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생소한 곳에 가보고 싶었다. 한국에 이미 유학원이 포진해 있으며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영어권 국가, 유럽의 프랑스, 독일 등과는 다른 미지의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 착각이었을 뿐 이곳에 와 보니 이미 핀란드에 살고 있거나 공부 중인 한국 사람들도 꽤 많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다. 30년이 넘게 사는 동안 점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이 나라에서 30년 넘게 살아왔으니 다른 나라에서, 정반대의 환경에서 좀 더 천천히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행복 지수가 높고 복지국가인 북유럽 국가로 관심이 갔고 최종적으로는 학비가 무료인 핀란드로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끌림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었다.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다. 서점에서 발견한 이 책의 제목만 봐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무작정 가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나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두 번의 유럽 여행에서 북유럽은 당연히 리스트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던 중에 국제결혼을 하는 내 절친의 네덜란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혼식 참석 전에 헬싱키에 며칠 동안 스탑오버를 하며 핀란드를 잠시 느껴보았다. 그때 느낀 헬싱키는 핀란드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 관광 도시에 비해 화려한 느낌은 없었고 약간 심심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서울에 살던 나는 그런 심심한 느낌이 오히려 더 좋았다. 그래서 안심이 되었고 혼자서 맨땅에 헤딩을 하며 하나하나 준비해야 했지만 더 확신을 가지고 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15년 여름 처음 방문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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