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by 시지프의 아내

뒤집힌 봉제선이 빼꼼히 인사하는 옷

비뚤어져 묘하게 성난 곰돌이 양말

까치발 세수에도 새어 나오는 콤콤한 땀내

어울리지 않는 우스운 모자와

거꾸로 둥글게 마주한 바보 신발


거친 빗줄기, 모진 바람, 가느다란 햇살에 길들어

철저히 혼자여야만

돋아나는 꽃이

오늘도 슬쩍 핀다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을 훈련하다 보면 '그 꼴을 견디셔야 합니다'라고 일갈하는 오은영 박사의 명언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자립의 시간을 지켜보며 느지막이 시작된 나의 자립도 투영해 본다.

철저히 깨지고 부서지고 막힌 벽 앞에서 울다 지쳐 한 뼘 자란 나의 마음을 본다.

아이야. 너나, 나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가 봐. 그러니 엄마는 화 좀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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