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걸을수록 어두울수록 사랑하게 돼

by 시지프의 아내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면

나의 손은 너의 손을 찾는다

익숙한 어둠을 더듬어

나의 눈은 빛나는 너의 눈에 기댄다


네 시시한 농담에

어깨에 쌓인 하루의 부스러기가

밤공기에 고요히 스러진다


투박한 이중주처럼

찰랑거리는 감정에 맞춰

걸음을 맞추다 보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 위에

그림자는 우리보다 다정히 길어져


오직 창백한 달만이

나를, 너를 내려보는 밤

사랑하기 위해 걷는 밤

걷고 싶어 사랑하는 지금




여름밤의 공원은 마치 축제와 같다. 해를 피해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밤의 공원을 달리고 있자면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다정한 얼굴들과 마주한다.

세상 근심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신기해 자꾸 쳐다보게 된다.

시끄러웠던 마음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걸음과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맞춰 잦아들면 나는 다시 유난히 밝은 달을 또 자꾸만 보게 된다.

오늘의 시름과 내일의 걱정을 잊게 만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유로운 밤산책, 이 마법 같은 축복을 다시 언제 다시 누려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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