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멈춰야 가을을 끌어안을 수 있다

가을의 가사 없는 피아노곡

by 시지프의 아내

차갑게 식혀지지 않은 마음을 놓아두고

온몸으로 차가워질 준비를 한다


보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도
저뭇한 산책길에 마중 나온 가을을

잠시 서서 다정히 맞는다


머물기를 주저하다 떠나는 바람

사라진 소리와 선명하게 깨어난 소리
외로워서 찾아온 어둠도 삼키지 못하는

연인의 맞잡은 두 손

내가 사랑한 것은 무겁도록 짙었던 녹음일까

바스러지고 말 사랑한 날들의 흔적일까


우리는 멈춰야 가을을 끌어안을 수 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