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농

겨울 피아노 소품곡

by 시지프의 아내

여섯 살부터 졸랐던 피아노학원은 그로부터

여섯 해가 지나서야 다닐 수 있었다


조잘대는 음들을 귀로 주으며

달뜬 마음을 당겨 피아노 앞에 앉는다

건반 위는 차가웠다


시작은 HANON

오르락내리락 손가락의 뭉툭한 질주는

조금의 변주 만을 허락할 뿐

같은 길을 걷고 또 걷는 노인

두 살 배기의 기우뚱한 걸음 닮아

서툴어서 따뜻했다


눈벌 한가운데 오도카니 핀

붉은 꽃이 흔들리고

오이제비우스*의 밀어가 저녁놀을 삼키면


차가운 건반 위에 쌓아 올린

지루한 하농

나지막이 제자리에서 홀로 울어대는

고독한 날이 온다


평온으로 돌아가기 위해

절정을 향해 팔을 뻗는 계절이





*슈만이 자신의 내면을 비춰 창조해 낸 내성적이고 몽상가적인 가공의 인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