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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의미학 Dec 18. 2016

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3번의 관람 후기

온전하게 사랑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왜곡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리운 일인가?


나의 소녀시대는 2015년 대만에서 개봉 후 대만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일부 아시아권에서도 크게 사랑받은 청춘물이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인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보지만 로맨틱 코미디나 청춘 로맨스물은 끊은 지 오래였고, 더군다나 중국이나 대만 로맨스물은 유치할 거란 편견 하에 더욱더 기피했다. 


머리 식히고 싶은 날, 스릴러도 좋지만 유치한 영화 만큼 생각 없게 만들어 주는 것도 없다. 이 영화를 갑자기 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것도 운 좋게 그런 날이었다. 



여주인공은 린전신(임진심). 30대, 한 회사의 팀장. 그러나 자기 주관이 없고, 상사의 말에 휘둘리고, 그저 그런 연애를 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야근 앞에 팀원들의 험담까지 듣게 되며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모두의 예상대로 그녀는 과거 자신, 온전히 순수하고, 용감했던 자신의 청춘을 회상한다. 

회상한 시절에 다시 만난 나의 첫사랑. 

행운의 편지로 시작한 평범한 한 여학생과 일진의 만남. "여자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지 않다는 것이고, 별일 없다고 하면 별일 있는 거야" 린전신이 가르쳐준 이 말을 기억하고, 그녀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달려오는 쉬타이워(서태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 구성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영화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10대라는 특권의 아기자기한 동화 

린전신이 예뻐져서 돌아올 때, 개교기념일 축하로 물풍선 놀이를 할 때, 유성을 보고 소원을 빌 때. 정말 10대이기에 예뻐 보이는 온갖 상징적인 로맨스물의 배경은 다 끌어다 놓은 듯하다. 


이 디테일한 영상미가 어린 청춘들에겐 동화 같은 러브 스토리로 빠져들게 하고, 나 같이 애매한 나이를 찍어버린 사람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순수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온전히 사랑에만 집중했던 그 시절.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껏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변화시켜 보고, 자신의 안위보단 상대를 더 배려하는 그 따뜻함 역시 나이가 들 수록 잊어버린다. 그 사람에 대해 왜곡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그리운 일인가. 이 영화를 보며 첫사랑이 그리운 사람도 있었을 테고, 누려보지 못한 청춘에 대리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널 사랑해 (진심아 사랑해)

결국 이 영화 역시 뻔한 로맨스물의 마지막과 비슷하게 흘러 가지만 영화의 끝이 주는 잔잔함과 감동은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뻔할 수 있는 결말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순수함을 연기한 주인공들의 케미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이후에 훨씬 평이 좋았던 대만 청춘 멜로물을 봐도 뭔가 같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관람했을 때는 내가 지금 속한 현실에 조금 도피하고자 유치하지만 순수한 이 영화에 몰입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봤을 때는 그립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고, 이런 시절이 없어 먹먹함과 부럽다는 느낌이 공존했다. 

세 번 봤을 때는 비로소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을 불러일으킨 건 스토리가 아닌 영상미와 주인공들의 캐릭터라는 느낌. 이제야 조금 객관적인 입장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만 로맨스물이라고, 편견 가지고 보지 않는 과오는 저지르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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