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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May 31. 2016

월요일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하루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일도 잘 풀리지 않고,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한없이 외로워지고 무겁게 가라앉는 날. 오늘이 뜻하지 않게 그런 날이었다.

갑작스레 많은 일들이 꼬이고 꼬여서 바로 되잡을 수도 없게 되었고,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빵빵 터지는 날이었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난 일이다 마음먹으면 괜찮은 듯하다가도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는 난제들과 미리 발견하지 못한 나의 실수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일주일의 하루, 겨우 월요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몰려온다. 분주함과 피로 때문에 그동안 꾹꾹 눌러 두었던 육체의 아픔까지 슬픔으로 환원되어 왈칵 몰려오는 것 같았다. 걷다가 눈앞에 보이는 치킨집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사온 프라이드통닭을 내 위 속에 생각 없이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갑자기 이걸 왜 먹었나 후회를 하기 시작했을 때엔 이미 속이 더부룩한 상태였다. 집 밖으로 나섰다. 불광천을 걷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약효도 없이 기분이 축축 처진다.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딱히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내가 여기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한창 떠들고 나니 마음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하루였고, 결국 내가 다스려야 하는 나의 마음인 걸 안다. 그래도 오늘은 누군가를 붙잡고 나 힘들다고 어린아이처럼 계속 칭얼대야 속이 풀릴 거 같은, 그냥 괜시리 외롭고 힘겨운 월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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