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붙잡아 준 짧은 한마디

작은 말 한마디의 무게

by 라리메

병원 상담실에서 보내는 하루는 늘 비슷하게 흘러간다. 환자에게 시술 방법과 과정을 설명하고, 비용과 날짜를 조율하고, 때로는 불만을 받아내며 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 ‘비슷하다’는 말속에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고단함이 숨어 있다. 상담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또다시 상대의 표정과 말투를 읽어내야 하고, 혹시라도 나를 향해 쏟아질 수 있는 불만에 대비해야 한다. 상담 업무를 시작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매번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자리에 앉는다.


그런 날 중에는 내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가격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설명을 열심히 들어주는 듯하다가도 마지막에는 단 한마디, “결국 돈이 문제잖아요.”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환자들을 수없이 마주했다. 어떤 환자는 비용을 낮추라고 큰소리로 요구하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욕적인 말을 던지고는 떠난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무너져 내린다.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정성을 다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에게 나는 그저 비용을 안내하는 창구일 뿐, 이름 없는 누군가로 남는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여러 차례 상담 끝에 결국 시술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환자가 있었다. 설명을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산대 앞에서 갑자기 “여기 너무 비싸다, 다른 병원 가야겠다”며 퉁명스럽게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나는 왜 이런 자리에 앉아 있을까. 내 말은 왜 이렇게 가볍게 흩어질까.’ 그날 퇴근길, 마음속에 공허함이 크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나를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바꿔준 한 사건이 있었다. 상담을 마친 한 환자가 일어나며 나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놓였어요. 친절한 상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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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들어주는 상담사 라이프리스너 인생청취자로써 자신의 삶을 글로 풀어 쓰며 들려주고 싶은 또는 삶에서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 들어주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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