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서다.

그럼에도 나는 간호사입니다.

by 라리메

처음 간호사가 되었을 때, 나는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모든 걸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상적인 그림은 점점 흐려졌다. 무례한 말, 끝없는 업무, 동료들 사이의 차가운 시선…. 현실은 내가 꿈꿨던 것과 달랐다. 간호사라는 이름이 때로는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길 위에 서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지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날이면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은 건 간호사라는 이름 속에 담긴 의미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라는 이름은 단순한 직업의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환자의 두려움을 덜어내고, 혼란을 정리하며,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다. 상담실에서 오가는 대화가 단순히 시술 안내와 비용 설명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들은 계산적인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이해와 공감을 함께 원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간호사로서 서 있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한 간호사를 꿈꾸지 않는다. 모든 환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든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불친절 속에서도, 동료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내가 붙잡아야 할 가치는 바로 그 작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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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들어주는 상담사 라이프리스너 인생청취자로써 자신의 삶을 글로 풀어 쓰며 들려주고 싶은 또는 삶에서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 들어주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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