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뒤에 오는 소확행의 기쁨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의료진이 아플 수 있다는 건 잘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나 우리 간호사들은 어느 누구도 아파서는 안될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이팅게일이 없었다면 병든 병사들은 아마 다 죽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이팅게일도 천사가 아닌 사람이었다.
나 또한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통해 임명받은 간호사였다. 지금도 간호사 면허증이 있지만, 간호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한다. 그건 나의 오래된 아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간호사 면허증을 딴 2005년부터 2020년 지금까지 나는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뭐, 먹고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 했다는 게 더 정답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근데, 나는 간호사였던 적 보다 환자였던 적이 더 많았다. 그건 내 불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재난 같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를테면, 통증 때문에 왔던 섬유근통 및 신경병증 성 통증과 두 번의 전신마취 수술 그리고 교통사고 등이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한다고 내게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 고통들을 견뎌내는 힘은 내겐 그리 많지 않았고, 그걸 이겨내면서도 일을 쉴 수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이 그만두게 된지도 모르겠다. 나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 몸과 표정에서 힘들고 지침을 느낄 수 있었나 보다.
지금 코로나 시대가 되고 모두들 감염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 하면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정말 그만두고 싶을 텐데, 정말 힘들 텐데 누군가 옆에서 힘을 낼 수 있는 격려나 따뜻한 위로를 건네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없을 때 삶이 정말 더 이상 나아가기 힘들 때가 오면 그런 것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정작 필요할 땐 옆에 없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도 나를 제일 잘 안다는 가족들도
심지어 베스트 프렌드라며 우정을 나눴던 친구들까지도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들을 통해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또 그들 때문에 외로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니 말이다.
처음부터 헤어짐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지만, 매번 헤어짐을 경험할 때마다 내게 오는 고통들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못 믿게 되었고, 불안해졌고,
의심을 하며 먼저 다가가지 않게 되었고,
연애를 하기가 어려워져만 갔다.
뭔가 시작하려고 하면 나의 불안들이 나의 트라우마들이 나를 건드렸고, 다른 사람인데도 계속 나를 몰아세워 갔다. 결국 그 사람들은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신들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애정을 주지 않았고, 떠나갔다.
점점 나이는 차오르는데 왜 연애 경험은 계속 제로에 가까워지는 거 같은 지 모르겠다.
20대 땐 뜨겁게 사랑하고 오늘만 살 자처럼 연애했는데,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뜨겁게 연애했던 거 같은데, 40대가 가까워지니까 점점 더 어렵고 사람들 만나기도 어렵고 대하기도 어렵다.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거 같진 않다.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나이가 차면 찰 수록 더 만나기 어렵다고 하긴 하더라.
연애도 어렵지만 사람 관계도 더 어렵고 힘들어졌다. 20대는 내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라, 누구든 내게 좋은 감정으로 대하면 나 역시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 믿었다. 그 믿음에 배신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배신을 당한 이후의 만남들은 솔직하지 못했고, 의심했으며, 믿지 못했다. 그렇기에 오래갈 수 없었고, 결국 내 곁엔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게 제명당했다. 친구가 없다고 하면 내가 너무 없어 보이므로 내가 그들을 버린 걸로 해둔다. 그래야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사람을 믿던 안 믿던 그건 그 사람 마음이긴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사람들을 배신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었기에 자신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치게 된 걸까?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는 아픈 사람들을 케어해주고 간호해주는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오히려 간호를 받게 되었다. 어쩌다 환자가 되고 보니 아픈 이들은 모두들 이유가 있었고, 그게 우리가 많이 듣는 스트레스 요인들 중 하나였다.
스트레스가 다들 뭐 그리 힘들게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 때문에 죽는 사람들도 많고,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쉽게 볼만한 놈이 아니라는 소리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계속 만날 수밖에 없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학업 스트레스, 경제적인 스트레스 등등 모든 일에 스트레스는 당연한 거고 그 스트레스의 양과 질에 따라 받는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마음이 강하지 못하고 나약하거나 나처럼 유리 멘털보다 더한 쿠크다스 멘털인 사람은 아마도 정신을 붙들기 위해 몸을 아프게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에 걸리게 된다.
그게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자신을 병마로 알고 나를 공격하게 되는 병으로 오히려 내 몸을 치유해야 하는데 공격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원인은 모른다고 한다. 다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어서 의료진조차 원인을 모르는 희귀 난치성 질환 중 하나에 속한다.
이 희귀 난치성 질환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이들 들어본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그리고 내가 앓게 된 신경병증 성 통증이 있다. 지금은 섬유근육통으로 변질되었지만 처음 발병은 신경병증 성 통증으로 진단되었다.
아래는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들에 대한 기사 내용을 정리해 본다. 참고가 될 거라 생각한다.
통증이 오래되면 통증이 과민해지고 불면·우울 등 동반 질환들과 얽혀
만성 통증으로 발전된다면 회복 속도가 점차 더뎌지고 다친 곳뿐 아니라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면서 컨디션이 저하된다. 그 이유는 통증이 오래되면 과민(sensitization)이 생기기 때문이다. 통증이 오래되면 이러한 정상적인 통증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겨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지고 과민이 생겨 아픈 부위가 더 민감해지고 손상 부위 주변까지 아프게 된다.
만성 통증의 단계
통증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울 불안 수면장애 같은 3대 동반 질환들이 생긴다. 개인에 따라서 소화능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피로해지거나 통증 주변 근막이 굳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지속되다 보면 악순환이 계속되고 그러다 보면 통증은 낫지 않게 되어 우울과 불안이 가중되어 더 오래 통증을 가져가게 만든다. 이렇게 계속된 통증은 예민해지고 아파지면서 불면증이 오게 되고 그러다 더 통증은 심해지고 결국은 나아지지 않는 사이클이 생긴다.
내가 아팠던 병명에 대한 자세한 기사 내용을 스크랩해서 같이 붙여 본다. 참고하시길 바란다.
여기저기 아픈 '섬유근통증후군', 스치기만 해도 아픈 '신경병증 성 통증'
'섬유근통증후군'은 특별한 원인 없이 전신에 근육통이 생기고 피로, 수면장애 등이 3개월 이상 지속하는 만성 전신성 통증 질환이다. 주로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4배 이상 높고 40대 이상의 여성에서 흔하다. 보통 목이나 허리가 아프지만 전신 여러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온몸이 아프다'라고 표현한다. 또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와 위치도 계속 바뀌어서 엄살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대부분 피로,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고 특별한 검사로 진단되지 않고 감별해야 할 질환이 많기 때문에 보통 진단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곤 한다.
'신경병증 성 통증'은 신경 손상이나 비정상적인 신경 기능으로 인해 지속하는 만성 통증으로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삼차신경통,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 암성 통증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흔히 허리를 삐끗하는 것 같은 근육이나 인대 등의 조직 손상과는 달리 신경 자체가 손상을 받게 되는 신경병증 성 통증은 만성화되어 과민이 발생하기 쉬워 약한 통증을 더 크게 느끼거나 심지어 정상적인 자극도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옷을 입거나 악수를 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극심한 통증을 느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난치성 만성 통증 질환에는 항간질제, 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의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약물들은 일반적인 진통제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보다는 부작용이 조금 더 크다고 알려져서 장기 복용 시에 이상 반응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약물치료가 실패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 섬유근통증후군의 3·3·3 체크리스트(2010년 미국 류머티즘학회 기준 참고)
1. 피로를 자주 느낀다.
2.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하지 않다.
3. 기억력이나 집중도가 떨어진다.
4.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이 든다.
5. 입맛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된다.
6. 얼굴에 열감이 오르거나 눈이 건조하다.
7. 과민성 대장염이 있거나 소변볼 때 잔뇨감이 있다.
(※3개월 이상 온몸 여기저기 아픈 부위가 최소 세 군데 이상이며 이들 증상 중 세 가지 이상 있을 때 의심.)
< 저작권자 © 중앙일보 플러스 기사 발췌>
진단은 받았지만 약은 잘 먹지 않는다.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약을 먹는다고 낫는 것이 아니라 통증 완화가 목적이다. 그러니까 아픔을 줄이는 것이지 치료약이 아닌 거다.
치료는 심신을 달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거의 10년을 투병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리고 성취를 많이 느끼는 생활을 할수록 점점 몸의 컨디션이 회복된다.
그래서 나는 타로카드를 즐겨하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면서 글을 쓴다. 이게 내가 하는 회복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이 내게는 더 큰 치료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