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퇴사를 하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직무나 산업군이 없을지, 혹은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어떠한지 등 내 삶에 있어서 방향성을 찾기 위해 나에게 주었던 시간, 1년.
퇴사를 한 후, 초반엔 마케팅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스타트업 전략 컨설팅부터 이커머스 기업의 컨설팅까지 일단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강점인 ‘마케터’로 시작하여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아보았다.
#마케팅컨설팅 #프리랜서
직장인으로서 있을 때는 사실 ‘프리랜서’라는 형태가 참 좋아 보였다. 그럼 나는 프리랜서의 어떤 점이 좋아보였을까?
- 나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
-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서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다는 점
- 직장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그런데 실제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직접 경험해보니 좋았던 점도 있지만, 실제 나와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음을 느꼈다.
- 내 시간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다는 점
- 나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오히려 프리랜서라는 불안정한 삶의 형태로 인해 시간관리가 생각보다 더 어려워짐을 느꼈다. ‘나만의 시간 확보’보다는, 퇴사를 해서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생각들로 인해 프로젝트를 더 많이 받아서 하다보니 나의 시간은 더욱 줄게 되었고,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보니 오히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보니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결론적으로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게 된다.
- 프리랜서 특성 상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이다보니 페이가 높은 것은 실제로도 맞다. 직장인으로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던 것은 사실.
-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서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나는 잘 맞았다. A기업의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된 인사이트를 B에 접목시켜볼 수 있다는 점, 다른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볼 수 있는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 일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행복함과 소속감을 느끼는 나에게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다소 ‘외롭고, 고독함’을 느껴 힘들 때도 많았다. 같은 목적과 방향성을 갖고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며 그림을 그려간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블록체인 #NFT마케팅
지금까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nonce”라는 커뮤니티의 코리빙하우스이다. 처음 이곳은 블록체인에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함께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블록체인 업계가 장이 좋아지지 못했을 시기에 리브랜딩을 하여 ‘창업가의 마을’로 바꾸어, 창업에 관심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살게 됐다. 블록체인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내가 논스에 들어와 살게 된 것도 이때쯤의 시기었다.
긴 시간을 이곳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Web3 생태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퇴사하고 난 이후 제일 먼저 경험했던 것은 NFT 마케팅이었다. 이곳은 창업을 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또 블록체인 씬에서는 ‘마케터’가 별로 없었기에 나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NFT 마케팅을 짧게 경험해봤는데, 이를 통해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
- 좋아하는 분야, 관심있어하는 분야가 아니면 퍼포먼스 내는 것을 더욱 어려워한다.
- 실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내가 관심있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게 될 경우에는 동기부여나 의욕도 안생기고, 나아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 ‘유저’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안목을 발견했다(?)
- 처음에는 마케터 포지션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분야임을 깨닫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이 일을 마무리 짓기 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 그랬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하게 된 것은, 웹 페이지를 유저 관점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서비스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전환’을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많은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재미를 느꼈다.
- 분야를 막론하고 ‘마케팅’이라는 본질은 똑같다.
- 사람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서비스/프로덕트의 가치를 알리고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에서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랬을 때 사실 Web3도 Web2 마케팅과 비슷한 부분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행사마케팅 #해커톤
퇴사 전, 회사를 다니면서 하게 되었던 비영리단체 SHIFT. 쉬프트 단체는 JUNCTION 이라는 유럽 최대 규모 해커톤의 라이센스를 받아와서 한국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단체이다. 다만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창업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떻게하면 해커톤을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같은 목적과 방향성을 갖고 모두가 열정적으로 준비를 했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정션을 통해 얻고싶었던 것은 1)열정있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2)’해커톤’ 행사 기획에 대한 경험 (실제로 정션 해커톤을 3회 이상 준비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랜 시간동안 준비해서 만들었던 것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마주했었을 때의 감동이 엄청나다!- 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정도의 FOMO는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3) 오프라인 행사 마케팅의 경험 이렇게 크게 3가지였던 것 같다.
실제 정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우게 된 것은, ‘오프라인 마케팅’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는 점! 기존에는 마케팅 액션에 대한 지표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D2C 마케팅을 위주로 하다가, 오프라인 행사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한 마케팅을 하자니 그 과정속에서 세상 심장쫄림을 엄청 느낀 것 같다. 신청 기간이 3주정도 넉넉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청 마감 하루정도 전쯤 되어서야 신청 지표가 확- 오른다는 점… ㅎㅎ.. 사실 나만 생각해도 회사 지원서 등을 낼 때 마감기한 바로 직전에 내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막바지에 지원을 하는 것이겠지.
암튼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마케팅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또 실제 기존에 내가 해왔던 분야 외에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 소재 키워드 발굴을 하는 과정. 그리고 A/B테스트를 거치며 내가 생각했던 소구 포인트가 높은 CTR을 보였을 때 느꼈던 뿌듯함 등 ‘마케팅’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정션을 준비하면서 내가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실제 행사를 기획하는데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점. 사실 당시 회사에서 거의 10 to 10으로 일을 해왔다보니, 짧은 시간 내에 내가 정션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마케팅)에서만 기여를 하기에도 너무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정말 해보고싶었던 해커톤 행사 기획에 대한 부분들은 실제로 해보지 못했다는 점.
그래서였을까. 작년 말 쯤 nonce에 오랜 기간동안 함께 살아왔던 지인이 Web3 멀티체인 해커톤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이야기를 했고, 이에 나도 만일 마케팅적인 측면이 아니라 조금 더 본질적으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욕심이 생겨났다. 그렇게 2023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Web3 해커톤/컨퍼런스를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결과 실제 1000명 넘는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를 했다.
#Web3해커톤 #POvs마케터
지금은 Web3 해커톤 준비하는 것을 조금은 큰 비중으로 집중해보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내가 맡게된 역할은 PO. 사실 해커톤 행사 기획 대한 경험, 그리고 나아가 내가 만들은 해커톤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의 기회나 네트워킹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미를 찾아왔는데, 오히려 직접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보니 이러한 부분들 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점들을 배워가게 되는 것 같다.
우선 PO직무와 역할에 대해서 스스로도 처음이기 때문에 많이 공부를 하며, 배워나가고 있다는 점. 최근 읽고 있는 책은 ‘프로덕트 오너’라는 책인데, 내가 생각했던 PO와 실제 책을 통해서 배우게되는 PO의 역할과 자질은 상당히 다른 부분들이 있음에 놀라기도 하고, 또 공부를 해나가면서 내가 실제 PO, PM이 되고싶은지, 이 직무가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도 신기한 부분은, 내가 PO로서 지금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본디 마케터인 성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는 것. 가령 기획하며 해커톤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실제 사람들이 해커톤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서는 해커톤 행사를 기획하는데 있어서 어느 부분에서 더 고민을 많이 해야하지?’ 등의 고민들을 하며 잠재적인 참가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를 충족시키려고 한다는 점!! ㅎㅎ..
여튼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생각보다 많은 점들을 직접 경험하며 배워나가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1) 지금까지 다른 직무(PM,PO, 혹은 기획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는데, PO/PM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 2) 실제 해커톤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해보는 것 3) Web3 생태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깨달음(?) 4) 글로벌 해커톤이기 때문에 파트너사 혹은 행사 기획에 있어서 영어를 써야만한다는 점 (강제 영어공부!..) 5) 내가 진짜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는 점.
2023년 상반기, 그리고 2022년 퇴사 후 나에게 준 1년이라는 시간동안 새삼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성장해나가고 있음에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때로는 “나는 그냥 하고싶은 것, 내키는 대로만 살고 있는 거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며 불안함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과 배움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 내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경험하며 나에게 맞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내가 그동안 인지하고 있지는 못했었던 잘 하고,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해커톤을 잘 마무리 한 이후 지금 앞으로 어떠한 방향성으로 새로운 도전들을 해나갈 것인지. 2023년 하반기 그리고 그 이후 맞이하게 될 2024년 새해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을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며, 내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