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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영 Apr 06. 2022

어른이 되면 꽃이 왜 좋을까?

봄이 와서 기분이 좋구나

꽃은 인간이 행복을 주고받는 방법 중 하나이다.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거나 사랑 고백을 할 때, 장수를 기원할 때 등등 행복의 순간에는 언제나 꽃이 함께한다. 꽃을 받은 주인공은 한껏 포장지로 멋 부린 꽃다발 사이로 얼굴을 잔뜩 집어넣고서는 향기에 취해 미소 짓게 되고 이를 보는 주위 사람들 또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왜 그럴까

어른은 꽃을 왜 좋아할까

어릴 적에도 이렇게 꽃을 좋아했던가?


뒷산 올라가서 놀던 초등학생 때의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풀밭이 보인다. 강아지풀도 보이고 봉숭아도 보이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약수터 옆이 생각난다. 풀밭에 주저앉아 꽃반지도 만들고 뒹구르르 숨바꼭질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는 풀밭은 생활의 일부였다. 집보다는 밖에 나가 뛰어놀기를 좋아했고 친구들과 노는 곳은 당연히 자연이었다. 강아지풀로 서로를 간지럽히며 세상 떠나갈 듯이 하하호호 웃던 어렸을 때의 나와 동생과 친구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에는 꽃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꽃은 언제나 함께했기에! 여기에 답이 있었다. 어른이 된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 말이다.


왜냐, 무의식 속에 꽃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이다. 인생이 바빠 이리저리 치이면서 어릴 적 함께했던 나의 벗 꽃과 풀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든! 어른이 되면 이유 없이 바쁘다. 일 하느라 연애하느라 육아하느라 퇴근하면 맥주 한 캔 마시느라 다음 날을 위해 잠자느라 밀린 드라마 보느라 야근하느라 24시간이 늘 아쉽다. 이 바쁜 틈을 타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잠시 주저앉아 꽃을 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 등원 길에도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말이지. 그래서 꽃을 일부러 사 가지고 와서 꽃병에 꽂아 보는 건 아닐까? 내일은 꼭 꽃들과 인사하리라. 오랜만이라고 잘 지냈느냐고 꼭 인사해야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린 너무 바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 키가 커져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의 몸집이 어른과 꽃을 갈라놓았다. 대부분 꽃들은 키가 작다. 어린이 사이즈다. 어린이는 꽃들에게 인사하기가 쉽다. 그저 다가가 "안녕" 하면 된다. 하지만 어른은 등을 굽히거나 무릎을 구부려 꽃을 만나야 한다. 무릎에 한 손을 대고 키를 줄인 채 꽃과 "아구구(관절 삐그덕 대는 소리) 안녕"해야 한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인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린 이익없이 남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정신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보다 수천 배의 가치가 있음을 우린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던져졌다. 그렇기에 우린 그저 꽃을 보고도 지나쳐 갈 뿐이다. 사실 꽃이 보고 싶은 어른이 있다 하더라도 나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나의 소중한 관절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멈춰 서서 고개 숙여 꽃을 보기보단 그저 남이 예쁘게 잘라 놓은 꽃을 찾을 뿐이다. 내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꽃다발을 만날 필요가 없다. 돈만 있으면 내 눈높이에 맞춰 꽃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너무나 바쁘게 앞만 보고 가고 있지는 않은지, 남을 위해 숙이는 법을 잊지는 않은 건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꽃에게 한 마디 건네며 생각해보아야겠다. 꽃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을 텐데 인사 안 하고 지나간 날들이 괜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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