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말임씨를 부탁해'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가는데 소름이 좍 돋았다.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의미들이 퍼즐처럼 새롭게 맞춰졌기 때문이다.
(1) 인간 = 사람인(人), 사이간(間) =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국어사전
(2) 사피엔스의 성공은 이야기(허구)를 통해 조직을 만든 것이다, 유발 하라리
(3) 인간은 사회적 동물, 아리스토텔레스
영화 주인공이 얻고자 했던 정답이 국어사전에도 적혀있고, 책 '사피엔스'에도 적혀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도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는 깊은 감동도 눈물도 액션도 없지만 우리나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주인공 말임 할머니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1인 노인 가구를 상징한다. 든든한 아들 식구네도 있고 무려 월세도 꼬박 받고 있는 부러울 것 없는 할머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없는 것이 딱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함께 밥 먹어줄 사람'이다. 친구 같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말한다.
아무래도 감독님의 의도적인 대사 같다. 언제나 내 편이고 항상 함께 해주는 반려동물이라도 아무렴 사람이 낫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들이 보낸 반찬을 몰래 가져가고,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보낸 옷도 본인이 입고 다니고, 심지어는 돈까지 가져다 쓴 요양보호사지만 할머니는 끝내 요양보호사를 선택하니까. 물질적인 것도 좋고 가족의 사랑(어쩌면 간섭)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 찾아와 주는 관심이 아니라 평상시에 이야기 나눠주고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와 줄 그런 동지가 있어야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간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무엇일까. 인간은 서로가 서로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동물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기고 지구를 차지할 때부터 이어진 DNA이기에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인간의 모습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총 2,092만 가구 중에 664만 가구가 1인 가구라고 한다. 무려 30%가 넘는다. 이 중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66만 가구로 노인 1인 가구의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로 비추어 봤을 때 우리의 미래는 혼자 늙어갈 확률이 높다.
인간은 사람과의 소통,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수 백 년, 수 천년 전부터 알려주고 있는데 정작 배운 대로 실천은 못할망정 혼자 늙어가야 한다니 뭔가 슬프다. 최소한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사람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인간의 본능인 '커뮤니케이션'을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