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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fe of ease Jan 31. 2024

하루 한 줌(7)

싫어하는 것, 미워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것, 거슬리는 것, 방해하는 것. 

그런 것들을 싫어한다. 그런 것들은 누구나 싫어하는 법.

예쁜 호숫가를 거니는 것은 좋지만, 내 몸은 물에 담그기 싫은 법.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사이에서 살아간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항상 공존한다. 


싫어하는 것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싫어하는 사람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싫어하는 것을 미워하는 나를 싫어한다.

너도, 싫어하는 것을 미워하고 있는 너를 싫어한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의 미움.

싫어하는 것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싫어하는 것들은 그냥 싫어만 하기로 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소음도, 나를 거슬리게 하는 전화 한 통에도,

나를 방해하는 세상의 부름에도, 그런 것들을 열심히 미워하던 내가 있었고, 그게 나 스스로를 더 싫어하게 만든다. 점점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스스로를 갉아 먹는다.

이제 내가 싫은 것들은, 그냥 싫어하기로 했다.

그리고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부러진 연잎을 하나 들었다.

연잎은 내 얼굴보다 크다. 

연잎의 부러진 줄기를 잡고 바람에 태우며, 흔들거리며 한 참을 걷는다. 한 참을 산책한다. 마치 무언가를 입에 물고 산책하는 작은 리트리버처럼, 손에 줄기를 들고 잎에 닿는 바람의 저항을 느낀다. 

한 참을 그러다, 다시 길 한 편에 질릴 때쯤 살며시 던져 놓는다. 

그렇게 싫어하는 것들도 잠시 흔들거리며 들고 다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시 내려놓기로 했다.

밉다고 땀 흘리며 짓밟아버리지 않는다.

내 마음도. 

아니,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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