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4인석을.
최근 일을 잠시 쉬고자 그만 두었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마음을 전전긍긍 쓰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기에 그만 두었습니다. 최근 '가짜노동'이라는 책이 한국에서 인기였습니다. 그 책을 저도 읽었고, 회사에서의 가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일을 쉬고 난 뒤 저는 점심을 해결하고 카페에 가는 것이 일상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집에 있어도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꼭 집중해야 하는 일들은 집에서 혼자 하는 게 잘 안되더군요. 집에서 집중이 될 때도 있지만, 집중이 한 번 깨지면 장소를 바꿔줘야 합니다. 그게 제 특징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저는 흔히 말하는 카공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여러번 다뤄진 것처럼 카공족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그리고 대형 카페에서는 그런 고객들을 위해 공간이 일부 마련된 것처럼 배치된 공간이 있습니다. 콘센트가 있고, 오래 작업하기 편한 의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1인 손님을 위한 불편한 의자이지만 집중이 되는 창가자리가 있죠.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공간은 확실히 '카공족'이라고 불리는 종족(사람)들을 위한 전략적인 카페의 공간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봐도 매일 가서 꾸준히 돈을 쓰거든요.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해도 충성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겠죠.
제가 사는 곳 주변에는 스타벅스가 가까이 있습니다. 서울은 아니지만 나름 도시화가 된 수도권 지역입니다. 스타벅스에 가면 항상 저를 불편하게 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바로 가장 상석으로 여겨지는 푹신한 가죽의자 좌석, 이 좌석을 혼자서 테이블 2개를 붙여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한국 스타벅스는 비슷해서 독자분들도 아실 것입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안되는 곳이 없거든요. 항상 붐비도 항상 자리가 없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회사 아래 1층에 있는 스타벅스는 자리가 회사 업무시간에 널널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왜 테이블 1개만 써도 충분할텐데 2개를 꼭 사용하는 걸까. 오래 앉아있으면 잠깐 앉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1개만 쓰면 되는 것 아닐까?' 더 나아가면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런 생각이 안드나?' 심지어 그 4인석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리 없다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짜증도 나고 조금은 째려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 제가 좋은 좌석을 앉게되면 꼭 테이블을 띄어놓고 앉아서 1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고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런 불편한 마음이 드는 제 감정입니다. 4인석에 앉는 행동은 규칙에 어긋나지도, 어떤 잘못도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권리는 '내가 먼저 왔다.'에 있는 것이죠. 온라인에서는 카공족에 대한 비난과, 사회적인 합의의 선을 찾고자 하는 노력도 보입니다. '4시간 정도 있었으니까 커피 한 잔 더 시키는 게 예의다.' 이런 논의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네 카페에서는 그런 눈치보는 행동이 불가피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왜 불편할까요. 저도 잘 정리할 수는 없겠습니다. 4인석에 앉아서 '아메리카노 하나 달랑 시키고(이런 마음은 저도 없애고 싶습니다)' 오는 사람들 앉지 못하게 넓게 사용하고 있는 것 보면 속에서 살짝 미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화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냥 휴대폰이랑 음료만 조금 당겨서 놓고, 짐은 의자 반대편에 놓고, 자리 떼어놓으면 더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을텐데 하는 불만이 생깁니다.
노트북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모든 짐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는 대한민국 카페문화는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맘편히 카페가서 백색 소음들과 함께 집중해서 할 것들을 해치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합니다. 한국인의 정은 없어도 되니, 아직 오지 않은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상 속 '프로 불편러', '불편충'인 저에 대해서 글을 이어나가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써야지 생각하게 된 것은, 저는 너무 많이 불편해하는 것을 깨닫고 나서입니다. 그리고 내가 왜 불편한지, 이 상황이 왜 불편하게 여겨지는 지 끝없이 머리속 생각이 발전되는 것을 깨닫고는, 이 이야기를 작은 글로 남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불편한 감정이 드는 원리에 대해서 찾아가보고 나부터 성장하려고 글을 적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