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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fe of ease Aug 23. 2024

우리의 살이 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떨어져서 갑시다. 

  저는 경기권에 살면서 평생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습니다. 수도권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거의 타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대중교통이라는 존재 자체에 매우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대중교통만큼 잘 되어 있는 것이 없다고 많은 언론매체들이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버스는 쾌적하고 빠르고, 전용도로가 많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은 또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버스와 지하철 중 어떤 대중교통이 더 좋으신가요? 어떤 동네는 두 가지 중 선택권이 있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은 길이 밀릴 걱정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시간 걱정을 안해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버스를 더 좋아합니다. 저는 광역버스를 많이 탑니다. 광역버스는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하철은 앉기 힘들고, 기대기 힘들고 편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저는 대중교통을 타는 시간이 굉장히 아깝다고 평생 생각하며 살았는데, 버스에 타면 뭔가를 하면서 갈 수 있거나, 오히려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오죽하면 경기도민은 인생의 일부를 대중교통에서 버린다는 말이 많이 나올까요. 


  대중교통에 타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빌런"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상행동을 하거나 남에게 누가보아도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거나 마구 새치기를 하거나. 그런 이야기들은 이 글과 앞으로의 글에서도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더 논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버스에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는 제 옆에 앉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대중교통 광역버스의 자리는 참 애매한 2인석의 넓이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모르는 사람과 살이 닿는 게 굉장히 싫습니다. 제 옆에 앉으시는 어떤 분들은 저와 살이 닿은 채로 1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달리는 것이 싫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자리가 좁게 느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리는 분명 나누어져 있고, 각자의 공간만큼만 사용하면 서로 살이 닿은 채로 부대끼며 달리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항상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서로 살짝 부딪힐 수 있지만 어깨를 서로 착 붙어서 서로 살짝만 움직여도 모든 움직임이 느껴지는 한 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으로도 접근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닿는 게 왜 싫어야 하지. 닿는 느낌 자체를 싫어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제 관점 자체를 바꾸려고도 노력해봤습니다. 그래도 잘 되지 않습니다.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누군가와 닿으면 그냥 제 기분이 나빠지고 짜증이 조금 나는 것 같습니다. 왜 기분이 나쁘고 불편하고 짜증이 나는 걸까 생각합니다. 사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제가 싫어질 때가 많습니다. 나만 예민하고 나만 불편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히면 감정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저만의 대처방법이 조금 생기기는 했습니다. 제 자리를 넘어 어깨를 밀어 닿으면 한 번 어깨로 스윽하고 밀어서 '찌질한' 영역표시 같은 걸 합니다. 한 번 어깨로 밀어서 상대방에게 알려드립니다. '여기는 제 자리입니다. 더 오지 말아주세요.' 이런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는 반반인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는 같이 자리를 지켜주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좋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점점 다시 팔뚝부터 어깨까지 닿기 시작합니다. 


  어떤 경우 저는 저만의 전략이 있기도 합니다. 일부로 덩치가 작은 분 옆에 앉아버리는 거예요. 사실 우리가 모두 아는 '국룰'이 있습니다. 비어있는 2명 자리를 먼저 채우고 그 다음에 옆자리를 채우는 암묵적인 착석 순서. 지하철의 경우에는 양 끝을 채우고 떨어져서 중앙을 채우고 그 사이를 그 다음에 채우는 '국룰' 착석 순서가 있습니다. 이것을 꽤 무시하는 대처방법입니다. 어차피 꽉 찰 버스라는 것을 안다면, 그냥 덩치가 작은 분 옆에 앉아버립니다. 그럼 편하게 갈 수 있거든요. 대부분 그런 경우는 여자분 옆에 앉는 것 같습니다. 여자분들의 경우는 더 남자와 닿는 것을 꺼리지 않을까요? 그런 심리를 이용하고자 하는 악하고 비겁한 심리도 제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분들은 몸이 닿으면서 가면 더 불편하고 신경쓰이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런 덩치가 있는 저도 불편한데요.




  이런 대처방법이나, 제 전략에도, 닿은 채로 앉아서 가려는 분을 만나면, '혹시 나랑 살이 닿은 채로 가는 게 좋은가?' 하는 짜증과 함께 불편한 티를 어쩔 수 없이 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저랑 닿는 게 좋겠습니까. 사실 제 짜증이죠. 그냥 편하게 가고 싶은 것이고 닿아도 큰 상관이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제 마음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모든 전략이 실패했음을 알때는 그냥 어깨를 구겨버립니다. 제가 포기하는 거죠. 그 상황에도 저를 미치게 하는 건 점점 제 자리를 넘어오면서 더 편하고 더 기대듯 오는 분들입니다. 그러면 저도 그냥 세게 밀고 그냥 닿은 채로 갑니다. 아 잠자기는 글렀다 하면서요. 나도 불편하니 너도 불편해봐라 하면서 억지로 뒤척이면서 그냥 포기하고 가는 저의 정신적 미성숙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왜 저는 불편할까요. 꽤 오랜기간 학창시절부터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많은 생각해본 것 같고, 저를 많이 바꿔보고 미워해보려고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저는 그 마음이 조금 미운 것 같습니다. '나는 편하니까 상관없다.', '어차피 자리 그렇게 넓지도 않은데 나는 딱히 상관없으니 이렇게 가겠다.' 하는 마음이 있다고 혼자 해석해서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사실 닿아도 생각만 바꾸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입니다. 가족들이랑 어쩔 수 없이 차에 낑겨서 이동하는 순간들도 있고, 친구들이랑 부대낄 때도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과 그럴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때는 사실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괜찮다며 어줍잖은 배려로 좁은 자리를 자처할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이해하면서 덜 불편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모든 불편은 대부분 제 마음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 더 '그럴 수도 있지.','그런 사람도 있지.'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닿아도 이게 편하신가보다 하고 (한 번은 밀어내 볼 것 같아요...) 그냥 가겠습니다. 처음에는 잠들기 힘들겠지만, 낮선 아저씨라도 같이 부대끼며 자면서 집에 가보겠습니다. 덜 예민해져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서로 자리를 지키며 서로 닿지 않고, 자리를 넘어오지 않으려 해보아주시면 안될까요'하고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대중교통이 얼마나 감사한 지, 또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 지 감사하면서 잊지 않고 생각하면서 살면 제 마음도 조금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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