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 life of ease Aug 27. 2024

담배, 멋있게 피는 법

비흡연자가 보는 멋있게 담배 피는 사람

  저는 작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은 좋은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만족하는 점은 1층에 내리기만 하면 바로 상업시설들이 가깝게 자리잡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건물은 뒤편에는 하천과 길다란 산책로가, 앞편에는 큰 도로들과 주요 상업시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연과도, 상업시설들과도 가까운 점이 제가 여기 살면서 가장 만족하는 점인 것 같아요. 스타벅스가 2분 거리! 영화관이 2분 거리! 대형마트가 3분 거리. 너무 좋습니다.

  

  이런 모든 장점을 잡아먹지는 못하겠지만, 가장 큰 단점을 꼽자면 담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평생 비흡연자이기 때문에 이 따위 글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담배로 힘들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냥 별 볼 일 없는 사람의 불평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많은 흡연자들과 친구이고, 흡연자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담배에 특정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멋진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어떤 것인지 상고해봅니다.


1. 통로에서 피어야 하는 이유

  길에서 피는 흡연자들을 다 미워하기에는 흡연 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건물마다 흡연 공간이 마련된 것이 아니고, 모든 옥상이 개방되어 있는 것도 아닌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길에서 담배를 피는 분들을 보면, 냄새 맡는 것만을 피하려고 합니다. 길에서 피면 아주 멀리서도 맡을 수 있어서 한순간 짜증이 나긴 하지만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문 앞이나, 주요한 통로 앞에서 담배를 피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매우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가끔은 화가 극심하게 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통로에서 펴도, 열 발자국 떨어진 공간에서 펴도, 냄새는 똑같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그래도 마음인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누군가가 생길 수 있다는 마음, 막는 곳에서 피면 담배를 직빵으로 맞게 되는 간접흡연자가 생길거라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는 건가 하며 마음 속이 담배처럼 불타오릅니다.


   아무 말도 못하는 소심한 불편충이지만, 그래도 갑자기 나는 화에 엄청난 눈빛 레이저로 쏘아보는 것으로 제 응징을 마무리합니다. 길에서는 펴도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도 문 앞이나 통로에서는 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합니다. 


2. 봉사활동의 보람, 담배꽁초

  꽤 많은 비율로, 새 담배를 까며 비닐을 바닥에 날리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쓰레기로 장난치는는 것이 재미로 여기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구멍에 쓰레기를 넣기도 하고, 센 척을 하기 위해서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기도 하고. 하지만 담배 비닐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나가다 바람에 날리는 담배 비닐 껍데기를 보면 인류애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비율로 담배꽁초는 버리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국도 진짜 이러나?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런 문화가 시작되었을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꽤 오래되었을 거라는 생각만 듭니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한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흡연자들을 일반화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당연히 버린다고 해도 그저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편하고 다들 그렇게 하니 나도 해도 되겠지 하는 마음은 굉장히 들기 쉬운 마음인 것 같습니다. 5명이 다같이 피는 '담타'에 혼자만 버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그렇게 행동까지 하는 건 오히려 그 집단에서는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한 명 한 명을 미워하는 것, 일반화 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어떤 이유로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할 때가 일년에 몇번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길거리는 많이 깨끗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울 게 별로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 줄기 빛. 제 보람을 채워주는 것들은 다 한 곳에 우수수 모인 담배꽁초들입니다. 집게로 하나 하나 집다보면 악력 운동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담배를 버리기 위한 통을 휴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차에도 작은 통을 놓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담배꽁초를 모아오지 않으면 담배를 팔지 않는 정책을 세우자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3. 간접흡연 광역기, 걸으면서 피기

  어쩔 수 없이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억울한 감정이 듭니다. 내 앞에서 걸어가면서 담배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앞지를 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저 담배를 맞으며 걸어가게 됩니다. 불편함보다는,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오릅니다.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담배 맞으면서 따라가다보면 담배 연기가 제 몸에 들어가 제 폐 한 쪽을 망가트리는 상상이 듭니다. 나에게 피해를 준 당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 이런 상황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거의 없고 오겠나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물론 한 번의 간접흡연이 큰 피해가 아닐 수 있지만 얼굴에 맞는 느낌이 났을 때 무너지는 그 사람의 감정은 더 큰 것이겠지요. 


4. 전자담배도 담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핀 적이 없지만, 사실 어린 시절부터 담배냄새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로부터 배운 안좋은 인식이 아니었다면 저도 열혈 흡연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담배냄새를 맡으면 마치 중독성있는 페인트 냄새를 맡는 것 같습니다. 건강에 나쁘지 않았다면 마치 지독한 인센스 스틱 회사에서 열심히 밀고 있는 마니아용 향이 아니었을까요. 

  

  요즘에는 전자담배를 많이 폅니다. 전자담배는 향기가 괜찮은 것을 넘어서 달달하고 향기로와서 사실 냄새는 좋습니다. 엄청난 인위적인 향기이지만 냄새는 달달하기도 하고 다양한 향들이 참 흡연자들에게는 재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흡연자 대부분은 전자담배 냄새라고 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한 움큼 피고 내뱉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담배는 담배니까요. 


  오늘의 글은, 마치 칼럼처럼, 시사토론의 발언처럼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적은 건, 사실 제가 이런 점이 불편하다 하고 토로한 것일 뿐입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대변하려 함도 아닙니다. 이렇게 하지 마세요 하고 이야기 하려 함도 아닙니다. (사실 그러면 좋겠지만요.) 

   

  제 가족에도 흡연자가 있습니다. 제 가족도 아마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너만큼은 좀 그러지 말아주세요' 한 마디 할 수 있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행동은 미워하되 너무 째려보고 싶지 않고, 너무 화나고 싶지 않습니다. 담배를 뚫고 집에 들어가는 날들이 있어도, 내 감정까지는 망치고 싶지 않고, 너무 매섭게 노려보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한 마디 하지도 못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 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는 말을 들을까봐서 인 것 같습니다. 


  어쩔 때는 호기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그리고 미친듯이 더운 여름날, 어떻게든 옷을 껴입고, 그리고 여름에는 더위를 참으며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는 분들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호기심도 들고 흥미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동기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그들의 즐거움이고 행복이겠지요. 조금은 더 이해하면서 덜 불편한 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2화 우리의 살이 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