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광합성 중

by 헤엄



우울증의 가장 구질구질한 단면 중 하나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마치 온 바닥의 중력이 내가 누워있는 쪽에만 작동하는 것 같다. 머리로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함을 알지만, 사지가 묶인 듯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다 보낸다. 그러게, 팔이나 다리 하나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아침에 세수하고 양치하는 것조차 힘들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내는 일인데 나는 그것조차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우울증 환자를 더욱 수렁으로 등떠민다.

한번 수렁에 빠지면 거기서 헤어나오는 데 어마무시한 힘이 든다. 그러나 극악무도하게도, 나는 차력쇼를 해냈다고 생각하지만 내 노력은 절대 표가 나지 않는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거나, 머리를 감았다고 해서 특별히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그저 조금 더 피곤한 정신병자가 될 뿐이다. 무기력의 이러한 잘 극복되지도 않고, 어찌저찌 극복하더라도 티나지 않는 속성은 정신병자들을 자신과의 긴긴 싸움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역시나 진득진득하게 몸에 엉겨붙는 무기력을 떼내지 못하고, 밖에 나가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기력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걸까. 살기 위해선 그게 아니라는 용감한 자의식이 필요할 것 같아, 나를 변호할 방법을 찾아보던 중 묘안이 떠올랐다. 싹이 난 감자를 보고서였다. 감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싹이 트고 몸이 자란다. 뭐 사람에게는 썩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감자 자신은 만족할 것이다. 자신이 감자라는 사실에.

그러니까 그래, 오늘 나는 식물이다. 식물인 나는 가만히 있어도 햇빛만 받으면 광합성을 한다. 이 광합성은 무기력한 나를 그런 대로 괜찮다고 여길 때 일어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데 백 번을 실패한 대도, 내 안의 싹은 이미 자라고 있다. 믿고 기다리기만 해도 곧 움틀 테니 지금은 아픈 나를 가만 내버려두자. 그런 스스로에게 호의적인 마음이 모여 그늘진 곳에 있던 잎사귀는 다시 빛을 받고 새로운 잎을 틔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햇빛 아래 그냥 내버려두는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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