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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Han Feb 03. 2022

Weekly tea time 나의 티 라이프

1월에 어울리는 꿀배차와 동백꽃차 오설록

차와 명상, 그리고 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원 시절부터이다. 마음 챙김과 몸을 챙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그 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다. 사실 그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 모든 움직임을 어떻게 이어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걸어지는 대로 걷고,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는 존재. 그러니까 내 의도 없이 흘러오는 대로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 곳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하며, 일을 할 땐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어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부터였다. 요가와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들은 내 인생에 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부족하기 전에 그 모자람을 미리 채워둬야 상하지 않는 것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의 소중함을 항상 기억하고 싶다. 


찬찬히 돌이켜보면 중학교 시절부터 상담, 마음 챙김에 대한 책을 접하면서 대체 나를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왔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꾸준히 생각해온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단지 그 확신을 찾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암묵적 확신은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옹알이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이 옹알이는 비단 말에만 그치지 않고 내 생활 곳곳에서 벙긋댄다. 공동체에서 유기농 음식을 접하면서 유기농이 무엇인지, 그 안에는 어떤 숨은 의미와 노력들이 있는지도 차근히 알아가기도 하고, 전공과 연관된 일에서 각각의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진심, 정성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 옹알이의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으나 끝을 보는 것이 목표는 아니므로 길을 걸을 뿐이다.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잘 어울려 살고 싶은 마음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본인의 분야를 다른 사람들이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는 윤홍균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더 많은 우리가 자신과 주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1월에 어울리는 티는 꿀배차와 동백꽃 차이다. 꿀배차는 겨울의 향긋한 눈송이 같은 꽃을 연상시켜 그렇고, 동백꽃차는 부산의 동백섬과 여수 오동도의 동백꽃을 떠올리게 하여 그렇다. 차는 더 이상 전통의 어떤 것이 아닌 것 같다. 삶의 일부이자 아침에 내리는 커피같이 존재하고 싶어 한다. 특히 잎차가 아닌 티백으로 시작하면서 나는 차와 더 가까워졌다. 대학원 시절 자주 밤을 새울 때, 연구실에 쌓아놓은 오설록 티백으로 몸과 마음을 충전시켰다. 당시엔 그 힘을 몰랐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실 때에는 물이 내 몸의 어느 곳까지 닿고 있다는 것을 느낄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따뜻한 차가 주는 잠깐의 멈춤은 여기저기 닿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들여 내리는 차에는 명상 같은 편안함과 한없이 풀어지게 하는 집의 느낌이 있다. 티백으로 우리는 차는 금방 몸을 데워주고 에너지를 즉각 충전해주는 커피의 느낌이 있다. 이 둘은 핸드드립 커피와 인스턴트커피가 그러하듯 저마다의 느낌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무엇이든 곁에 존재할 때 그 의미가 있다. 실은 떠나고 난 후 깨닫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끄덕이고 있지 않은가.


나의 첫 다도는 템플스테이에서 시작되었다. 그 경험 속에서 나는 사람 사이의 차 따르는 소리와 다기의 움직임들이 얼마나 평안을 가져다주는지 느꼈다. 연예인 이하늬 씨의 미소를 좋아하는데 2년 전 이하늬 씨가 유튜브에 올렸던 티 영상을 보고 차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안에서 차 문화와 관련된 기초적인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쉬운 용어들이었다.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인 다식, 차를 우릴 때 쓰이는 도구인 다기, 그 안에 주전자 같은 다관, 차를 따라먹는 찻잔, 찻 잎을 거르는 거름망, 거름망을 넣어 마지막으로 차를 거쳐가는 숙우. 차를 내리는 과정은 마치 명상과 같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다기를 다루고 있는 사람도 보고 있는 사람도 그 행위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래서 나 자신과 주변에 대해 가만히 보듬어보는 시간을 가질 때에는  차 문화가 좋다.


학교를 다니면서 지나쳤던 종로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에는 한 번쯤 방문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지금이 되었다. 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내지 차라는 것이 왠지 멀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탓해본다. 그 시절의 내가 찻집에 꼭 들러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찍어 영상을 만들었다. 오설록 티 크리에이터가 된 것도, 이 글을 연재하고 있는 것도 이 마음이 오래 쌓였기 때문일까. 이 글과 나의 영상이 151번 버스를 타고 종로 동아시아차문화 연구소를 지나가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이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안녕하세요. 첫 글로 인사드립니다. 인사가 늦었지요? 

앞으로 Weekly tea time이라는 제목으로 차와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현재 오설록에서 티 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차를 매일 접하고 있는데요. 대학원에서 전공한 교육심리, 취미로 쌓아온 마음 챙김, 정신건강, 명상과 요가 등의 주제로 영상과 글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고편으로 영상이 올라갔고 해당 내용에 대한 소개글이 바로 방금 읽으셨던 문단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티 라이프(,차 문화)를 정신건강과 함께 쉽게 다루고, 본인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서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정신건강과 일상의 정서를 차와 책과 때론 논문으로 이야기할테니 구독 누르시고 일주일에 한 번, 함께 티 타임 어떠신가요? 이 글을 읽은 당신, 지금 당장 따뜻한 티 한 잔 마셔주세요!


오설록에서는 사람들의 마음 챙김과 소통의 매개체, 정신건강의 분야로서 티 라이프를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상이 궁금한 분들을 위한 링크: https://youtu.be/2 iZspSKk6 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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