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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Han Feb 04. 2022

Weekly Tea Time 편지에 꼭 들어가야 할 말

마음을 전할 때 떠올려봐야 할 두 가지, 그리고 디카페인 밀크티 만들기


마음을 전할 때 떠올려봐야 할 두 가지

 

친구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크리스마스였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면 첫인상에 나와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좋은 느낌은 상대에게 다가갈 용기를 준다. 어색한 상황에서 먼저 말을 건네주고 미소로 답해주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있어준 그 친구가 좋았던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서서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부자연스러울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비슷한 커리어를 밟으며, 비슷한 고민으로 이사를 하고, 비슷한 시기에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겪으며, 결정적으로 옆 집에 살았다. 스며들듯 편하게 익숙해진 친구는 나도 모르게 편안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친구가 편한 사람이자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친구의 임신 소식이었다. 각자의 오랜 고민을 벌컥 마시듯 나누었던 날들. 나는 이미 너무 기뻤다. 생각해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가량 보지 못한 채로 새해가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옆집에 사는 이 친구는 한 달간 참아왔던 서프라이즈 소식을 약속 하루 전날 아이의 심장박동이 담긴 영상으로 전해버렸다. 나는 바깥에서 일을 보고 집에 가는 중이었는데, 그만 길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제 "커피 한 잔?"이라는 우리의 멘트는 "차 한 잔?"으로 바뀌었다. 이 친구를 위해 루이보스 밀크티를 끓였다.


루이보스 냉침 밀크티


친구를 위한 루이보스 차를 주문했다. 아주 종류별로. 마침 냉침 밀크티를 만드는 데 한참 빠져있던 나는 잘됐다 싶었다. 오설록에서 루이보스 카라멜베리, 루이보스 퓨어를 주문해두고, 디카페인 냉침 밀크티를 유튜브에 검색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께서 친절하게 레시피를 공유해두셨다. 친구와 티타임을 가질 때 줄 밀크티 재료 주문 완료. 레시피 골라두기 완료. 남은 하나는 편지 쓰기였다. 편지를 쓰고 싶었다. 기쁜 소식에 진심을 담고 싶었다.




편지 쓸 때 꼭 떠올려봐야 할 두 가지

편지에는 둘 만의 추억과 상대에게
고마운 점이 꼭 들어가야 해요


마음을 전할 때 떠올려봐야 할 두 가지는 두 사람 사이의 일화와 그 사람에게 고마운 점이다. 너의 존재가 나에게 무엇인지. 우리는 살면서 생각할 틈을 찾기 어렵다. 생각할 틈을 찾게 되면, 많은 생각거리 속에서 또 다시 우선순위를 정한다. 우선순위에서 결국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바쁜 현대사회를 뒷받침해주는 것들이다. 심지어 나 자신의 건강과 여유, 정신적 휴식까지 뒤로 밀려나곤 한다. 나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느끼고, 감사하고, 주변을 떠올리는 일은 자주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는 편지 쓰기가 좋다. 혼자 여행 다닐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전하기 좋다. 여유가 생기고 혼자가 되면, 여유를 잃었을 때 붙어있어 투정만 부렸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명분을 찾아 뭐라도 전한다. 훗날 면죄부가 될 작은 종이를 마련해 창이 큰 카페에 앉는다. 사람들 틈에서의 사유는 자유를 준다. 특히 저마다의 일로 바쁜 군중 속에 있노라면 나도 무언가 집중해야 할 것 같은 기분과 느낌에 절로 빠져든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 호사를 누려본다.




1:1로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을 일대 일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둘 만 있을 때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진실한 속마음과 허물어지는 표정이 그렇다. 감추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말들과 생각에 치여 놓쳐버리는 표정의 감정은 아쉽다.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볼 수 있는 둘의 대화를 좋아한다.

편지는 둘만의 이야기이다. 가만히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만 대화할 수 있는 둘의 이야기. 내 인생에서 편지를 주제로 한 마인드맵의 가장 큰 동그라미는 엄마다. 엄마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학창 시절, 한동안 아침마다 책상에 편지를 뒀다. 생각해보면 나름의 사춘기를 겪었던 것 같다. 집에서 꽁하며 기다림을 주는 딸에게 엄마는 산타클로스가 되기로 결정했다.

한동안 아침마다 놓여있는 편지봉투를 크리스마스 아침 들뜬 아이처럼 뜯어보는 설렘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편지에 답하는 재미가 그 시절의 낙이었다.

그런 의미로 편지는 내 마음 깊은 곳에 묻혀있다. 편지를 쓸 때는 딱 그 시절로 돌아간다. 잠시 동안. 상대방을 생각하며 설레는 소녀로.



핸드폰에 미리 내용을 적어두기


편지를 적어야 할 때면 먼저 핸드폰에 적어둔다. 하고 싶은 말의 키워드를 몇 가지 적어놓는다. 그러면 그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잦아지는데, 짧게 스쳐가는 추억이나 얘깃거리라도 짧게 메모한다. 그 사람과 연락할 때 하고 싶었던 말이 생각나면 그것도 같이 적어둔다. 어느 주말, 혹은 한가로운 오후. 편지지를 펼치고 차나 커피 한모금과 함께 여유를 가지면 짧은 메모에 살이 붙는다. 그렇게 전할 말이 다듬어진다.

있는 그대로 진심 전달하기


실은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이야기지만 마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지  덧붙일  있다면 상대의 의도를 항상 좋은 쪽으로 바라봐 주는 . 우리가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상대는 아마도 내가 아끼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의도와 행동에 믿음과 긍정적인 면을 봐주는 것이 좋다. 마음을 표현할 때는 있는 그대로의 진심과 긍정적인 생각을 같이 바탕에 깔아둔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이럴  무슨 말을 해야할  모르겠네. 나도 기뻐서 기분 좋을 어떤 말을 너무 해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듣는  가장 기분이 좋을  같아?’ 정도의 솔직함이다. 감성에 집중할  오히려 솔직함과 용기가 필요한데, 자신의 진심과 행동으로의 실현 가능성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은 착한 심성이나 보여주고 싶은 인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들을 준비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때론 약간의 꼼수를 쓴다. 명분을 활용한다. 별 것도 아닌 일을 축하하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명분을 핑계삼아, 술기운 대신 명분기운에 마음을 전할 용기를 얻어본다. 저번주에 결심한 퇴사를 축하하고, 몇일 전에 아프다고 했던 목을 걱정하고, 다음 달에 다시 시작할 입사를 응원한다. 그러니까, 서프라이즈만큼 좋은 것이 바로 “없는 명분”을 “있는 명분”으로 만들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인 것이다. 이 ‘명분 만들기’는 우리 사이의 감사일기 같은 역할을 한다. 감사일기는 심리 치료에서 흔하게 이야기 하는 것쯤으로만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계에서 감사할 일 내지는 비슷한 일을 찾는 것이 명분 만들기인 셈이다.


햇살을 받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적과 매일 매일을 이뤄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받는 때가 있다. 여행을 가면 다치지 않고 하루가 끝난 것, 맛있는 것을 먹은 것, 좋은 풍경을 본 것에 기뻐한다. 그 매일이 사실 우리의 일상이다. 고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마실 수 있는 차가 있고, 이야기 들어줄 사람과 들려줄 누군가가 있다면 감사할 일을 찾을 수 있다. 관계에서 명분을 찾아 마음을 전하는 것은 일상에서 사소한 감사함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



편지와 관련된 책들


편지글의 형식을 좋아했던 때가 있다. 그래서 유독 편지 형태로 된 책을 읽었는데, 책장에 남아있는 편지책은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과 ‘마음에 따르지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법정)’이다. 반고흐가 테오에게 남긴 편지도 여러번 읽었는데 왜인지 책장에 남아있지는 않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딸에게 말을 건네는 엄마, 그 존재만으로 위안이 됐다. 거기다 요리까지. 따뜻한 음식과 말들이 담겨 좋았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를 읽는 동안 항상 산책을 다녔다. 산책을 부르는 책이다. 걷는 동안 구절이 호흡과 맴돈다. 영상에서 소개했듯 ‘자연은 아름답다. 이런 곳에선 세상에서 부리던 거친 마음들이 깨끗이 사라져 버린다. 한량없이 기쁘게.”라는 구절은 내내 남아있다. 외부에서 얻은 정보는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된다. 모든 것을 기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표현들은 시발점이 되어 우연처럼 다가올 조각들을 모아주는 풍등이 된다.

그래서 풍등을 날린 모든 용기낸 행위와 진심의 마음을 사랑한다.





https://youtu.be/feV7ehC1NBc






루이보스 밀크티는 티백으로 6시간 정도 우려내고 맛있고, 티백을 잘라서 물에 끓인 뒤 거름망으로 걸러내어 먹어도 맛있다.


티백으로 우려내는 방법 (달소요 유튜브)

1. 뜨거운 물에 3분가량 우려낸다 (티백 3개 정도)

2. 설탕 16g을 추가한다

3. 소금 한 꼬집을 넣어준다

4. 우유 240ml

5. 6시간 냉침 (취향껏)


티백 잘라서 찻잎으로 우려내는 방법 (서소일 유튜브)

1. 루이보스 7g을 끓는 물 130g에 끓여준다

2. 2분 30초 정도 끓여주는데 이때 비정제 설탕을 20g 정도 넣는다

3. 우유 100g을 넣고 강불로 올려, 우유가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4. 망에 걸러 식혀준다.

5. 150~300g 정도 취향껏 희석한다.



참고 유튜브

https://youtu.be/IvdNaHxNUBg

https://youtu.be/KxVlkjJaS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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