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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Feb 09. 2018

미국에서 쓰는 이야기 #3


#어딜가나_이상한_사람은

많다. 미국이 예외일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상한 경험을 많이 했다. 예전에도 썼지만 이 곳은 아시아계 사람이 매우 적어서 학교에서 지나가기만해도 신기하다는듯이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다운타운에 영화를 보러 가는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나가는데 시덥잖은 말로 시선을 끌려고 하는 이상한 아저씨들, 어쩌다 눈만 마주쳤는데 내 방향으로 침을 뱉는 할아버지, 내가 경험한 것은 아니였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자꾸 따라오는 이상한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따돌린 친구들의 경험이 그랬다.


#낮에도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 학교 참관 수업에 가서 솔직하게 참관록을 쓰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Are you making fun of ~?" 이라는 말을 했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고 멀뚱멀뚱히 있자 갑자기 내가 참관 수업에 들어간 선생님 수업의 칭찬을 퍼부었다. 무슨 말을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그의 의견에 대답하거나 별로 동의하고 싶지도 않아서 못들은 척을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해보니 정말 열 받는 일이었다. 모두가 동의하는 수업이 어디있고, 교육관이 어디있을까. 그것도 수업을 직접 보고 듣고 나서 솔직하게 적는 나에게 선생님을 놀리는거냐니.



#한국에가면_

제일 먼저 떡볶이를 먹을 것이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고 징징대는 톡을 보내자 우리 엄마가 '너는 해외 나갈 때 떡볶이 만들 재료 사가야겠다' 고 하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밤만 되면 나 뿐만 아니라 룸메이트들이 유튜브에서 한국 음식 먹방을 보면서 자기고문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국에 도착하기만 해봐라...! 먹고 싶은 음식들을 모두 먹어줄테다, 하고 매일 밤 다짐한다.



#작은메뉴도_이름에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는 노던 애리조나 대학교의 구내식당 안에 있는 'Newyork Style Deli' 라는 카페인데, 이곳도 그렇고 다른 스타벅스도 그렇고 모두 주문한 메뉴를 이름과 함께 불러준다. 주문을 받을 때, 항상 이름을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내 이름 석자를 영어로 말하기에는 너무 길고, 다른 쉬운 이름을 말하기도 뭣해서 항상 'Chung Ha'를 줄여 'Chung'이라고 불러준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제대로 적어준 사람은 아직도 없다. 항상 이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조되어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가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정겹게 메뉴를 나눠주는 광경은 듣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곳의 미디엄 로스트 커피는 정말 맛있다!



#친절한_사람과

#친절하지_못하는_사람

친절을 가면으로 뭔가를 바라는 사람이 싫다. 내 성격이 워낙 좋은 걸 보고 좋다고만 말해야 하고, 싫은 걸 보고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데, 그게 내 호불호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중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 이상의 것을 바랄 때 나는 화가 나더라. 지금의 나에게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찬 것 같다. 누군가는 이런 나에게 왜 그렇게 속이 좁냐고, 다른 상황과 다른 사람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없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원래 마음에 없는 소리를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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