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통해 마주하게 된 나의 모습에 놀라다
『상담, 익숙하지만 어려운 과정』
처음에 <학교상담론> 전공을 듣겠다고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상담에 대해서 막연하게 그냥 하면 되지 않 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친구들과 상담을 할 때, 수업에서 배운 상담기법이나 이론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구가 하는 말을 경청 하고, 힘듦에 공감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공 수업에서 상담이론과 상담기법들을 하나씩 배 우고 나서 기존에 상담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쉬운 생각은 곧 무너지게 되었다.
사실 실습의 초반부에는 상담의 과정보다는 내담자 또는 상담자의 역할수행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담자 역 할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진짜 고민해보거나 힘들었던 점을 상담자에게 털어놓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 다. 하지만 상담자 역할에서는 내담자 역할을 맡은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생각 보다 어려웠다. 상담 기법 책을 펼쳐놓고 실습을 진행하는 것이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담 실습 후 반부에는 머리 속에 그 날 배운 기법의 메커니즘을 외우고 상담을 책 없이 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상담 끝무 렵에는 책을 의식하지 않고 메커니즘대로, 때로는 내담자에게 당장 필요한 상담 기법들을 적용하면서 상담 실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전문적인 상담 실습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단순하게 친구 고민 들어주는 시간이 아닌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여러 기법들을 활용하며, 명확한 상담 목표를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상담이었다. 처음에는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상담자로서 내담자에게 상담기법을 적용하는 것도 막연하게 생각되었다. 일상에서 친 구들과의 상담을 기법이나 이론을 생각하지 않고 가볍고 편하게 생각했던 탓이었을까, 실제로 실습을 하면서 상담자 역할을 할 때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힘들어서 항상 내담자 역할을 자발적으로 먼저 했던 나였다. 상 담자와 내담자의 역할 둘 중에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상담자로서의 역할이 기법을 적용하는 것 때 문에 부담스럽고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사실 부담스럽고 힘든 일을 내담자 역할을 먼저 자원하 면서 회피한 기분이 들어, 개인 상담 실습을 마친 지금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상담자 역할을 더 많이 해보았다면, 상담자 역할로서의 개인 상담 실습에 대한 소감도 많겠지만 내 대부분의 소감은 내담자 역할로부터 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 명료화를 통한 ‘나’ 되돌아보기』
여러 번의 상담 실습을 하면서 어떤 상담 기법 문장 속에 실제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을 끼워서 말하는 것 보다는,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공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상담 기법 중 ‘명료화’ 기법 실습에서,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기 전에, 명료화를 성급하게 진행한 적이 있었고, 상담 의 흐름이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료화는 분명 내담자가 말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내담자의 문제에 대해서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사고와 마음 속에서 어떤 과정을 겪어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또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스스로 각성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예상하지도 못한 점에서 명료화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감정이 너무 신선했다. 내가 내담자 역할을 맡고, 다른 친구가 상담자 역할을 맡았을 때, 내가 어떤 문제 상 황이 생기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상담자 역할을 맡은 친구가 긍정적인 생각이 어떤 생각이냐고 명료화를 해서, 그 순간 두 가지 사실을 새롭 게 깨닫게 되었다.
우선 첫 번째 사실은, 내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료화 를 당한 순간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건 ~~~ 라고 생각하는 거지!’ 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혼자 깨 달음의 ‘오?!’를 외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참을 생각해봐도,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한 사례 나 경험을 바로 떠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명료화로 깨달은 두 번째 사실은 내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 일 에 대해서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희망사항 단계의 바램이었고,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또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긍정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 자체를 시도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나는 실습을 통해서 명료화는 개방형 명료화, 또는 확인형 명료화라는 형식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내담자에게 깨닫게 해줄 수 있는 기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명료화를 통해서 내가 말하고 있는 것 이 진짜 내 상태인지, 아니면 내가 나에게 바라는 점인지 깨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담자가 상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자로서도 명료화를 시행하는 지점을 신중하게 결정한다면,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 실습에서 바로 보게 된 나, 그리고 인지주의』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상담 기법을 적용하기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상담자가 내담자가 제일 처음 에 말한 내용에서 문장과 단어선택 뒤에 숨겨진 내담자의 속마음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동 기, 과 선배와 개인상담 실습을 하면서, 나는 그 동안 몰랐던 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상담자 역할을 맡은 친구가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라고 말할 때, 다른 친구들은 고민할 거리를 만들어내거나 지어내는 반면, 나는 그 시점에서 내가 정말로 힘들었던 일과 내 경험을 공유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 당시에 힘들었던 점과 내 경험에서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을 상담자에게 말하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그 일에 대한 내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상담자에게 내 경험을 이야 기하면서, 상담자가 반영과 명료화를 하기도 전에 ‘아! 내가 이 일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또 는 ‘아, 내가 힘들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그거였구나.’라고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몰랐던 내 생각을 새롭게 깨달은 이후에는 사실 그 힘든 일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 힘든 일에 대해서 막연하다고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생 각 자체를 멈춘 것이다. 상담자에게 나에게 어떤 사건에 대한 무슨 과정이 있었고, 내가 어떤 것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해서 전달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사실 내가 그 동 안 몰랐던 점들을 발견하고, ‘힘든 일’이라고 불리는 어떤 사건의 핵심에 있는 상담 주제를 정립하는 단계는
좋은 상담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일’이라고 불리는 사건은 어떻게 보면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내담자 역할 을 맡고 과 학생회 일과 동아리 일에서 내가 맡게 된 지위와 역할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잘해야겠다, 또는 완벽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는데 능력이 욕심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힘들다고 상담자에게 털어놓 은 적이 있었다. 여기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건은 ‘과 학생회 일과 동아리 일’이었지만, 그 사건의 핵심은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신념과 내 능력과 현실의 충돌’이었다. 내담자가 말하는 사건 속에서 실타래처럼 뭉쳐져 있는 이 핵심을 상담자가 잘 발견하는 것이 상담 초반부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상담 목표와 주제를 정립하는데 이 과정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상담 받고자 하는 것을 잘 이끌 어내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 상담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주 동안 개인 상담 실습을 하면서 실습 전에 배운 상담이론과 기법들을 실습에 반영해보고, 나에게 맞 는 이론을 찾고, 각 상담이론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립하면서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은 것 같다. 처음 에는 인간중심 상담이론이 나의 가치관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수업을 들으면서 REBT 상담이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거의 처음으로 인지주의와 그를 기반으로 한 상담이론을 자세하게 배웠는데, 상담과 정 속에서 ‘나’라는 주체를 인지하는 것이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지적인 사 고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내담자의 신념을 상담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비합리 적인 신념을 합리적으로 바꾸어줌으로써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 낀 것이다.
이번 개인 상담 실습을 통해서, 그 이전까지 정립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똑바로 보게 된 것 같다. 실습 을 하면서, 그리고 상담이론을 배우면서 상담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상담이론들 중에서 나와 맞는 이론을 찾을 수 있었고, 실제로 실습을 진행할 때 이론이 지향하는 목표와 내담자 또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면서 나에게 적용하니, 실습의 효과가 두 배로 되 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내담자로서 상담 실습에 임할 때, 나를 바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나의 거울과 대화하는 듯이 상담자에게 실제 생활에서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 놓을 수 있었고, 털어 놓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상담 문제에 있어서의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이번 상담 실습에 있어 서 중요한 일이었고, 이 모습을 기반으로 삼아 다음 집단 상담 실습 때 더 적극적인 내담자, 그리고 더 상담에 열정적인 상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