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을 '잘' 이 아닌 '어떻게'
이번 학기, 나는 역사교육 전공(복수전공)으로 역사학개론과 역사교육론을 듣는다. 사실 저번 학기에 고대 고대한 고대사 수업을 고작 두 과목 듣고 멘탈이 부서진 나였지만, 이번 학기까지만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역사 쪽 수업을 신청했다.
두 과목 다 오리엔테이션까지 수강한 상태이다. 그런데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면서 하나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역사학개론과 역사교육론, 어쩌면 다 같은 '역사'를 다루지만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어느 한 순간에 사학자가 역사교사가 되고 역사교사가 사학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학문을 하는 사람과 그 학문에 대한 초,중등 교육을 하는 사람의 일은 같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과목 모두 역사교육에서의 새로운 교수법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역사를 잘 공부할 수 있는 교수법을 개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만큼 역사교육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교수법의 필요성이 대두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교육은 그 교수법이 가장 발전되지 않은, 그리고 미궁에 빠져버린 교과교육 중 하나이다(이는 교육공학의 관점에서 바라 본 의견이다. 사실 교육공학적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역사'라는 과목의 수업을 떠올려 본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역사교육의 '스토리텔링' 또한 진부하게 느껴진다. 역사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고,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또한 역사과목 자체에 대한 흥미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부분이다. 나 또한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한국사 같은 역사과목을 공부하면서 스토리텔링이라는 공부방법에 흥미를 느꼈지만, 나 처럼 흥미를 느낀 친구들은 '역사를 좋아하는' 친구들로 극소수였다. 오죽하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세계사 과목이 열린 것이 기적이라고 했을까, 역사과목을 좋아하는 친구들만이 역사교육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현장을 나는 직접 피부로 느꼈다. 세계사를 비롯한 역사 시간엔 많은 친구들이 학원 숙제를 하거나, 자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대두되었다. 하지만 역사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방법과 대안제시는 현저히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모든 것은 수능을 중심으로 한 시험 위주로 사건의 순서,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의의에 초점을 맞춰지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앞서 말한 것들을 외우는 것이다. 사실 나 또한 그렇게 역사를 공부했고, 그렇게 외워서 남는 것은 노트 안에 적힌 역사 지식 뿐이었다. 머릿속에는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간략한 원인과 그에 대한 결과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에 일어난 일들의 인과관계와 의의만 남고 그로 인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교훈이나, 현대적인 사건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은 역사 과목에서만큼은 논외였다.
역사교육이 지금처럼 수능 위주의 요점만 외우면 되는 교육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역사교육은 더 이상 '역사'교육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그냥 과거에 일어났던 일의 단편적인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가 외운 것처럼 단편적인 모습만이 합쳐져서 나타나지 않는다. 단편적인 것은 그것을 알기위한 정말 기본적인 과정 중 하나이고, 과거에 일어난 일이 불합리하다면 되풀이되지 않도록, 또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 자랑스럽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이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어떤 사건의 발생연도가 아니라 그 일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역사교육이 학생들보다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역사교육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역사를 '잘'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