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하 Sep 12. 2017

자발적 비-욜로(YOLO)족

욜로족이 뭐라고

 요즈음 하도 욜로족이 많아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약자)'가 마치 이 시대의 당연한 생활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뜻하는 이 단어는 아마 2017년 한 해에 SNS상에서, 또 실제 생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일 것이다. "어? 너도 욜로족이야?", "너도?" 하고 서로가 욜로족임을 확인하는 것을 많이도 본 나였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 욜로족임을 나타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You Only Live Once?



 처음에 내가 '욜로'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처음에 '욜로'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저 아프리카 어딘가의 지명 이름인 줄 알았다...) 그 때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가 책상에 'YOLO'라는 단어를 써놓고 다니길래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는데, 그 당시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문장을 영어로 적더니 부끄러운지 황급히 사라졌던 것이다. 그 단어가 몇년이 지나 지금, 가장 핫한 단어가 될 줄이야.


 사실 '욜로' 라는 단어 자체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어떤 곡에서 시작한 훅으로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2011년에 나온 Drake 라는 가수의 <The Motto> 라는 곡에 있는 훅에서부터 유래한 것이다. 이 때 이 곡에서의 '욜로'는 '인생은 한 방' 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그 의미가 전해지고 전해지다가 갑자기 '한번 뿐인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판단한다'는 뜻이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YOLO 나 #욜로 를 치면 여행 사진이 가장 많이 나오고, 또 각자 자기 인생을 즐기는 모습들도 많다.


 '욜로' 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사실 나는 별로 끌리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선언하자면, 나는 욜로족이 아니고, 앞으로도 욜로족이 될 생각이 없다.


나는 자발적 비-욜로족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이유였다. 당연히 목숨은 한번 뿐인데 한번 사는 인생인 건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점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한 소리를 멋있어보이게 한다는 일종의 반발심에서 욜로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었다.


 내가 '자발적 비-욜로족'이 된 이유는 첫번째 이유보다는 두번째 이유가 더 컸다. 두번째 이유는 방금 앞에서 말한 '욜로'라는 단어 자체의 당연함이 마치 나에게 '욜로'의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욜로족이 욜로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너는 한번 사는 인생을 왜 그렇게 사니?'라고 묻는 것 같았다. 정말 당연하게도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는 '욜로'라는 단어가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 아닌가.


 내 삶의 방식의 수식어에 '욜로'라는 단어가 없어도, 나는 그 날 하루에 충실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과 잘하는 일들을 병행해가면서 잘 살아갈 자신이 있다. 내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나도 아직은 모르지만 미래에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미래의 내가 결정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현재의 나'이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중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다.



 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수식어는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실수에 대처하는 방식,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그대로 '나만의 방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방식은 분명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고, 내 방식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의 방식을 강요받을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만큼, 나의 방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는 여러가지 경험들을 통해서 나를 점점 다져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분명 고되고 힘들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또 거쳤을 때 점점 알게되는 나의 모습은 (아무리 나 자신이지만) 정말 신기하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다른 사람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에서 '나'를 점점 알아가게 된다.


 삶의 방식은, 욜로족이든 욜로족이 아니든, 사실 그런 과정의 집합이 아닐까. 너도 나도 욜로족임을 밝히며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또 욜로족이 아니라고 자처하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자기 삶의 방식 찾기를 아마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한 가지라도 더 알게된다면, 그건 욜로족으로서도, 자발적 비-욜로적으로서도 아닌, 그냥 자기 자신으로서의 방식을 찾은 것일 것이기 때문에.


욜로든 욜로가 아니든, 우리는 진정하고 나 자신을 찬찬히 둘러볼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당히 '나' 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