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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Sep 04. 2017

당당히 '나' 로 살아가기

Life of Cosmopolitan

 하는 일의 특성 상 잡지를 자주 즐겨보지는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잡지의 좋아하는 지면은 매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잡지의 코너는,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에 있는, 각자 자신의 개성을 익혀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지면.


 각자의 삶에서 몰랐던 어떤 부분을 찾거나, 자신의 성격을 재발견하게 되거나, 알바 도중에 무례한 손님 때문에 정의감이 불끈 솟아올랐던 개인적인 경험까지 모두 그 지면에 실린다. 내가 그 지면에 대해 좋아하는 점은 바로 사소한 일상 속에서 각자 자기 자신을 찾게되는, 딱 그 부분이다.


자신만의 개성은 꼭 독특하지 않아도 된다. 온전한 나 자체가 자신만의 개성이 되기 때문이다.

 

 개성은 한 개인의 어떤 독특한 부분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그 친구 정말 개성있는 것 같아"라는 말과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물론 방금 말한 그 개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이 주는 힘은 바로 '나 다움' '자기 자신 다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온전한 나 자체가 나 자신만의 개성이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항상 자신만의 개성을 의식하지 못한다. 스스로의 개성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고, 어느 순간 의식하게 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몰랐다가 어느 한 계기로 인해 나를 갑자기 알게 될 때, 그 때가 바로 '나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어느 누구라도 한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내 주변 사람 모두에게 나를 맞추려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를 온전히 잃게 된다.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1학년 초부터 1학년 말, 어쩌면 2학년 초까지 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사춘기 때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는 조금 다른 혼란이었다. 미성년과 성년의 어중간한 경계에 있어서 그랬을까. 대학에 와서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그들과 같이 일을 하거나, 조별과제를 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각자 생각이 너무나 달랐고, 그들에게 나를 맞추려다보니 나 자신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생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나 자신과 다름은 그저 다름으로 받아들이기로, 그리고 나의 고유한 성격이나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굳이 바꾸려고 하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기로. 어떻게 보면 그런 나의 변화가 내 삶에 있어서 가까웠던 친구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을 잃게 할 수도 있는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라도 나를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 자신 안에 내가 없게 된다면, 그런 내가 만들어가는 관계나 내가 하는 일들이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하나에도 정말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이것이 나야!'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그리고 나 자신 하나에도 정말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한 모습을 콕 집어서 '이것이 바로 나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 같다. 그런 나를 하나씩 차근차근히 알아가게 된다는 건, 마치 광활한 우주 속의 내 별 찾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는 않을 일이지만, 그런 일들이 주는 잔재미가 모여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 어떤 사건이나 어떤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어떠 순간의 에피소드를 차곡차곡히 저장하려고 노력중이다. 나도 아직 나 자신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유리 파편처럼 조각 조각난 나 자신의 모습- 일상의 각각 다른 부분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해보았다- 을 흐르는 물처럼 흘려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모습을 많이 표현하고 싶고, 또 그만큼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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