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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교육의 체계와 과정

허스트의 자유교육과 지식

by 이정하

지식을 규정하는 원리에 토대를 두는 자유교육은, 마음의 양성을 그 목적으로 한다. 지식을 규정하는 기준은 선악, 정오(옳고 그름) 등의 여부인데, 이는‘공적 기준’으로 불린다. 자유교육의 개념을 정당화하는 것은 지식의 체계이며, 그 체계 속에서 인간은 선하고 옳은 것을 찾게 된다.


다양한 지식을 구분하는 것은 자유교육의 기초가 된다. 지식을 구분하는 것은 상징의 체계를 이용해 지식의 의미를 점점 공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상식과 지식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일상에 남발하는 상식이 공적인 것으로 발전하는 체계를 거쳐 성장한다면, 그 상식은 지식이 되는 것이다.


공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야 상식이 지식이 되는 체계 때문에, 인간의 세상에는 지식을 일정한 틀 안에 넣는 기준이 되는 여러 가지 이론과 기법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미술의 세계에는, 여러 이미지를 임의대로 합성하여 새로운 의미의 미술작품을 표현하는 ‘콜라주’라는 기법이 있다.


이때, 이 ‘콜라주’는 ‘콜라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기법에 대한 정의를 하기 이전에 ‘콜라주’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한 언어로는 ‘콜라주’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고, ‘콜라주’가 존재하기 이전에 그와 관련된 언어를 공적으로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지식은 이론이나 기법에 대한 공적인 정의를 뜻하는 의미 발전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공적인 정의 과정을 거친 언어를 공부했다고 해서 지식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공적인 언어를 공부함과 같이 그 언어, 즉 지식의 형식을 마음으로 받아 들 여야 진정으로 한 개인이 지식의 형식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이 지식의 형식을 받아들이는에는 개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간접 경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경험을 무비판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습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는 자유교육의 한계와 연결되어있다. 자유교육에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비판적 습득은 성격이 매우 미시 학문적이며, 보통의 개인에게 입문과정으로 주어지는 지식의 형식과 전문가-즉, 어떤 학문에 대한 지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의 지식의 형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입문과정의 지식과 전문가적 지식이 연결되어있지 않음을 나타내며,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 지식교육이 극복해야 할 한계점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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