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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으로 확실성에 맞서기

칸트의 비판 철학

by 이정하

칸트는 현대적 마음을 소유하면서도, 진화론의 필연성을 거부한 학자였다. 인간의 고유함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발달을 자연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본 것이다. 그와 함께 칸트는 진보이론을 주장했는데 학문적인 측면에서의 진보와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진보였고, 이에 칸트는 도덕적 진보는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질서가 지배한 18세기, 자연의 질서가 매번 승리하는 상황을 칸트는 다른 학자들과 달리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자연의 질서에 의해 매우 정돈된 세계는 과거가 절대적인 위치에 서며,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동기 또한 직접 관찰될 수 없다. 그렇지만 칸트의 과학적 결정론은 행위로부터 동기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동기가 행위의 기원이라고 주장한다. 즉, 칸트에 따르면 도덕적 행위의 주체는 자아(개인의 동기)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칸트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도덕적 행위를 통한 인격의 형성을 주장했다. 여기서 칸트는 도덕적 진보가 의무와 공동선이 권력과 국가에 대치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즉, 칸트는 권력관계나 국가보다 개인의 의무와 공동선에 더 초점을 두었으며,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도덕에 더 초점을 두었다. 인간의 성장, 더 구체적으로는 인격의 성장에 교육적인 시사점을 찾은 것이다.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에서 감각 경험에 따른 인간 지식이 경험으로부터 독립된 온전한 지식은 아니며, 확실성이 없는 개연성을 갖는 지식임을 밝혔다. 그와 함께 칸트는 인간의 지식과 경험 사이의 인과관계를 ‘경험☞지식’이 아닌 ‘지식☞경험’으로 보았다. 이는 경험이 지식을 따라야 한다는 관점으로, 어떤 지식이 사물 자체에 대한 진술이라기보다는 그 진술 자체를 한 인간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누군가가 관찰한 사물이 사물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이 관찰한 사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도덕적 지식이 동기가 되어 어떤 이에게 도덕적 행위를 행하게 한다면, 도덕적 행위의 기초인 도덕적 지식부터 인간에게 귀속되어있으며, 일당백으로 확실한 행위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확실하지 않기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칸트가 주장한 인간 발달에서 인간, 자연, 사회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칸트가 주장한 도덕적 진보는 절대적인 지식과 국가에 맞설 때 가능하며, 맞서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개인의 인격은 인간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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