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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5. 2020

Part 7 가장 높은 실적 그리고 가장 큰 좌절

챔피언이 아니어도 괜찮아

                                                                                                                                                               

나는 사실 영업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하기에는 내가 가진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다. 


연봉 1억 이상을 받기 위해서, 꾸준히 고연봉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위 법인영업 전문가라고 해서, 정관, 세금, 노무, 자금. 상속, 증여, 가업승계 등 

법인 대표님들이 법인 운영 시에 궁금해하는 필요한 지식을 공부를 하고, 

법인 대표님들과의 친분을 쌓아서, 하기는 어렵지만 하기만 하면, 

보험료와 수당이 큰 계약을 하는 방법과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계약을 하는 방법 두 개뿐이었다. 


근데 나는, 사람들의 불편해하는 시선이 싫어서, 보험일을 선택하고 나서 오히려, 모임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더 줄였고, 사람들과 술을 마시거나, 어떤 취미를 하는 것도 없어서, 아는 사람 수가 오히려 더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법인 대표님들과 친분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또 나는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보다, 그냥 적은 계약이라도, 서로 많은 이야기 하면서 편하게 하는 게 좋은데, 그것만으로는 소득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예전 사법고시를 실패한 후유증 탓인지 사실 이제는 두꺼운 책을 보거나 어떤 걸 외우고 공부하는 것조차 두렵기도 했기에, 법인계약 전문가가 되기는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성격상, 새로운 가망고객이 는 것도 아니고, 내 고객님들이 소개를 해주는 사람들만 만나서, 그들에게 맞는 최소한 수준의 보험만으로는 우리 가정에 필요한 소득을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영업 스타일이 사람 한 명 한 명 상담에 너무 에너지를 쓰다 보니, 사람이 있어도 많은 사람을 상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난 돈 욕심 없다. 수당에 관심 없고, 그냥 이 정도도 괜찮다고 애써 위안 삼았지만, 사실은 난 돈을 더 많이 벌 자신이 없었던 거였다. 지금 상황을 만족하는 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은 참으로 불안했다. 사람들은 꾸준히 해피콜(고객이 먼저 상담 요청을 해오는 것)이 오고 그것 만으로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는 나를 부러워했지만, 해피콜이 아니면, 어떤 대안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불안함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래도 매년 조금씩 성과나 소득은 높아져갔기에, 한 명 한 명의 상담에 더욱더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입사한 지 4-5년이 지날동안, 회사 컨벤션에 갈 만큼의 성과를 내본 적도 한 번도 없고, 아무리 전 세계 설계사 중 1%만 달성하는 정말 어려운 MDRT라 할지라도 푸르덴셜 사람들은 설계사 중 많을 때는 30%가 달성한다는 그 MDRT를 단 한 번도 못했다는 건 사실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회사 컨벤션 레이스에선 수년째 매년 마감날에 예상치도 못한 해지나 계약 철회 등으로 아쉽게 달성을 못하고 있어서, 정말 못하는 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은 삼았지만, 그래도 내가 MDRT를 과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내가 MDRT를 하려면 정말 큰 운이 있어야 할 텐데, 나는 그렇게 친한 부자도 없고, 그걸 위해 매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자신도 없기에, 보험일 하는 동안에는 결국 달성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15년 갑자기 그 운이 몰려서 왔다. 


입사이래 처음으로 정말 좋아 보이는 상품의 절판 마케팅을 한 덕분에, 최고의 계약 건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지인에게 입사이래 최고액 계약을 하기도 했다. 수년 동안 한 번도 없던 중, 고액 계약들이 이어졌다. 


그 덕분에 나는 2015, 2016 처음으로 MDRT를 연속 달성하게 된다.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과연 MDRT가 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건데, 나 같은 놈은 택도 없다고, 꿈에서조차 꿈꾸지 못했던 목표였지만, 한 번은 정말 꼭 해보고 싶었던 목표였다. 


다들 특별한 영업 목표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보내는 나를 보면서, MDRT 한번 해보라고 1억 이상 벌어보면, 너도 그 이후론 돈 욕심이 나서 앞으로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그랬다. 과연 내가 MDRT를 달성해서 1억 이상 소득을 올리면, 나도 영업이 정말 좋아지고, 더 욕심이 생길까 궁금하기도 했다. 영업적 목표가 없다는 건 내가 영업을 하는 데 있어 정말 큰 한계였다.




그랬는데, 그걸 그 MDRT를 내가 2년 연속 이룬 것이다. 


진짜 행복할 줄 알았다. 1억 이상 (실제적으로는 2년에 3억 정도 실수령함) 소득이 들어오면 행복해야 하는 게 맞았다. 돈도 많이 벌었으니 삶의 질도 좋아지고, 삶의 여유도 생기고, 이 행복을 놓치기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게 맞는 거였다. 




근데, 나의 푸르덴셜 인생에서  2015, 2016 MDRT를 달성한 그 두 해가 가장 불행하고, 힘들었던 해로 기억된다. 그렇게 바닥에서 시작해서 매년 조금씩 성장하던 내가 드디어, 성공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연도대상과 MDRT를 달성하니 축하해주고, 이제 탄탄대로만 갈 것이라고 응원해주었다. 


이대로 쭈욱 성공가도를 달리기를 기대했다. 




근데, 난 그때 정말 기분이 나빴다. 아니 정말 불안했다. 먼저 내가 과연 그 정도 큰돈을 벌만큼 노력을 했는지가 부끄러웠고, 왠지 날로 먹은 듯한 느낌이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동안도 힘들기는 했지만, 샐러리맨 때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렸었고, 한 해 동안 실수령액이 1억이 넘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났다. 그렇다고 내가 흥청망청 거린 적도 없고, 명품을 사거나, 어디를 잘못 투자해서 돈을 날린 것도 없고, 와이프도 사치를 부리는 사람도 아니며, 비싼 사교육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보험료 대납이나 가짜 계약 등 비윤리적인 짓을 한적도 없는데, 그 돈이 없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지출을 정리해보면, 다 내가 선택해서 쓴 돈이었고, 사실 그렇게 아끼며 살지 않은 것도 맞고, 내 능력 이상으로 뭐든 좀 책임을 지려고 하다 보니 지출이 많아진 것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고정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만 갔고, 이미 결정된 지출을 줄일 수는 없고, 소득을 높이는 수밖에 없어, 정말 기를 쓰고 달려왔는데, 남들 다 부러워하고 성공이라 부르는 MDRT를 막상 달성하고 보니 내 최저 생활비가 그 정도라는 현실을 알고서, 좌절을  했다. (왜 그렇게 많은 고정지출이 생겼는지는 너무나 개인적인 문제라 차마 밝히기가 어렵다) 정말 대운이 겹쳐서, MDRT가 되었는데, 그러면 진짜 그동안 힘들었던 내 모든 경제적 부담이 사라지고,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이게 내 최저 생활비라니, 순간 겁이 났다. 




사실 그동안 우리 집 재무구조는 크게 계산도 안 하고, 오직 내 능력 키우고, 한건 한건 집중하면서, 막연히 MDRT만 하면 다 해결되겠지 하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막상 MDRT가 되고 보니, 앞으로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매년 MDRT를 해야만 우리 집이 현상유지가 되고, 그간 저지른 것들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MDRT가 누구에게는 성공이 지난 나에게는 생존의 최소 조건이 된 것이다.


   


이제 해피콜이 오지 않으면? 더 이상 사실 계약할 만한 사람도 없는데.. 또다시 이런 대운이 올까?


그러면 난 어찌 살아야 하지. 고정 지출 중에 줄일 수 있는 게 뭐지? 얼마까지 줄일 수 있을까?


불안에 떨고 있던 나에게, 우려대로, 갑자기 해피콜이 다 사라졌고, 정말 소중한 분의 보험금 분쟁까지 겹치면서 최고의 순간에서 최악의 순간으로 떨어졌다. 우리 일이 무서운 게 좋은 일도 한꺼번에 오지만, 나쁜 일도 한꺼번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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