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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5. 2020

Part 8 끝없는 시련 그리고 번아웃

챔피언이 아니어도 괜찮아

                                                                                                                            

보험설계사의 수당은 독특하다. 


선지급이라고 해서, 보험료가 앞으로 정상적으로 납부가 될 것이라 예상하여, 1년 치 내지 6개월 보험료 납부에 따른 수당을 계약 다음 달에 한꺼번에 지급해준다. (보험회사마다 선지급률과 수당체계는 다 다름)


그래서 보험 계약이 유지되지 않고, 중도에 해지되는 경우, 먼저 받은 수당을 환수(보험사에 다시 돌려주는)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보험 유지율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중도 해약으로 인한 환수는 미리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닌 것 같을 수 있지만, 이미 다 지출해버린 돈을 후에 반납하는 건 굉장히 금전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고객과의 신뢰 문제도가 있고, 굉장히 마음이 불편한 보험설계사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나를 PTC와 MDRT로 이끌어주었던, 입사이래 가장 보험료가 컸던 계약이 동시에 문제가 생겼다. 


가장 가까운 고객님의 사망보장금액 10억 원짜리 종신보험이 있었는데, 가입 후 5개월 만에, 쓰러지셨고, 이에 보험금 청구를 했는데, 계약 후 단기간의 보험금 청구를 이유로 손해사정인 실사를 거쳐, 계약 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기존 가입했던 종신보험의 강제 해지 결정이 나왔다. 


얼마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아직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보험이 강제 해지가 됨은 물론, 고객의 과실,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강제 해지인 만큼 이미 납부한 보험료도 

전부 날리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나도 강제 해지가 된다면, 기존에 받았던 수당을 다 환수됨은 물론, 당장의 영업에 굉장한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위중한 고객 앞에서, 보험금 부지급 및 강제 해지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걱정이었고...

현실적 문제로 그렇게 되면 나는 환수로 인한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자존심 상하고, 수치스러웠다.


당시 불안감으로 인해, 안 그래도 영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떡하든 해결해야만 했다. 


정말 고지의무 위반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만사를 제쳐두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의무기록상만으로 봤을 때는 고지의무 위반이 맞을 수도 있지만, 환자의 의견, 당시 의사의 소견 및 정황 등을 봤을 때는 억울한 부분이 있었고, 보험금 부지급 및 강제 해지를 결정한 보험사의 입장도 이해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보험일을 할 수 없다는 벼랑 끝의 절박한 심정으로, 자료를 모으고, 

본사 심사팀과의 협의를 진행했다.


다행히 본사는 원칙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어떡하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보험금 지급은 물론,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10억이란 생명보험금을 믿고 있는 고객님에게, 보험금 미지급 및 보험 해약을 차마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좀 문제가 생겼다고만 말씀드리고,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매일매일 심사팀과 협의를 

하고, 어떡하든 원만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나는 전혀 몰랐던 상황이지만, 고객이 이야기를 안해준 것이지만, 그렇게 책임을 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를 믿고 한 계약인데, 돈도 돈이지만, 사람을 잃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모든 피해를 고객과 내가 짊어지기에는 억울한 면도 많았기에, 잘 해결되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도 가져보고, 대신 너무 명확한 고지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서류 앞에 불안해하며, 매일매일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동안 어떤 상담도 진행할 수 없었고, 누구를 만날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잘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대로 내 보험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과 금전적인 문제, 그리고 이후에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까지 하느라 당시의 나는 거의 미쳐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웃을 수도 없었다. 


일에 집중하지 않을 때면 항상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온다.


작년에 했던 또 다른 큰 계약도, 그분의 개인적인 문제로 갑자기 해약신청이 들어오고, 유지율 95%를 자랑하던 나의 보험 지표는 악화일로로 접어들었고, 


마치 이제 보험일을 그만두라는 하늘의 뜻인 것처럼

갑자기 보험 해약 문의 및 신청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옆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입사 동기이자 담당 세일즈 매니저, 지점장님등 많은 동료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고, 


마침내, 정말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고객님을 위한 큰 결단을 내려,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어, 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 그런 결정을 내려준


000 부장님께는 정말 평생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입었고,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도 할 만큼 감사했다. 


그런 결정이 없었다면, 나의 보험 커리어는 그때 끝이 났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아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래도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고, 설계사가 참 중요하구나를 알게는 되었지만, 너무나 상처가 많은 교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마무리를 지었지만, 더 이상 보험계약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보험금 분쟁이 생길까 봐, 겁이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보험가입을 말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보험계약이 나에게는 마치 큰 빚이 느는 느낌이었고,

지금도 사실 여전히 보험 계약하는 게 기쁘지만은 않고

보험금 청구건이 있으면, 보험금 지급 완료까지 가슴이 콩닥거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쌓여, 일을 못하기도 한다.  


도저히 영업을 할 자신이 없었다. 

영업을 못하니, 소득은 점점 떨어져만 갔고, 늘어난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점 점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불안감이 커지고, 몸과 마음은 더 초조해지는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허벅지를 찌르고 내일부터는 열심히 하자고 

다짐을 했지만, 어느 누구를 만날 수 없었고, 

보험 상담을 할 수가 없었다. 


앞만 보고 힘들게 달려왔던 나에게,

정말 힘든 시련을 겪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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