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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6. 2020

Part 10 살아만 있어라 2

챔피언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때 왜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는 사실 잘 모르겠다.


워낙 예민한 성격 탓에, 

남에게 조금도 피해를 주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격 탓에, 

극도의 긴장 속에서 보험일을 수년간 하면서 막연히 지쳤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심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픔이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시도 조차 못할 정도로 

아무런 에너지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싶을 만큼 당시 나는 정말 무기력함 속에서 현실 도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만 지낼 수가 없어서, 

워낙 많은 슬럼프를 지내왔기에, 

진짜 죽을 수는 없으니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내 의지로는 도저히 안되니까, 

뭐든 조금이라도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했었다.


가장 힘들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제일 먼저 용한 점집을 찾아갔던 거 같다. 


내가 보험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그만두면 도대체 무얼 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최선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보험일은 좋지만, 더 이상 할 자신이 없었다. 


처음 찾아간 곳에서는 내가 보험일이 천직이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신뢰를 받는 성격이고, 

사람들과 교감능력이나 감정 소통이 뛰어난 만큼 

지금 힘들어도, 분명 이 일이 적성에도 맞고 잘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참 위로가 되었다. 그만두라고 했다면,

사실 그만두는 것 말고는 방법은 없었지만,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 났는데, 천직이라고 이야기해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용한 점집을 찾아갔다. 

똑같은 이유로, 나는 너무나 마음이 여린 사람이고, 

사람들 하나하나를 너무 신경 쓰고, 

가슴에 두는 성격이어서, 절대 이일을 더 이상 하면 

안된다고 했다. 


지금처럼 내가 너무 힘들고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을 거라며 더 힘들어질 지기 전에 빨리 그만두라고 했다.


똑같은 이유로, 한 명은 천직이라고 하고 

한 명은 빨리 그만두라고 했다. 

다 맞는 말인데, 결국은 해석하기 나름이고 

내 마음의 문제였다. 


그리고 식욕도 없고, 몸에 아무런 에너지가 생기지 

않아서 보약이라도 지으면 좋을까 해서, 오랫동안 다니던 한의원에 가서 상담도 받았다.


진맥을 하고, 나에 맞는 처방을 해주셨다..


두 군데 점집을 가고, 한의원을 가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 근데 정말 무서운 결론은 모든 곳에서..


지금 나는 살아있는 게 신기한 상태...

이미 죽은 사람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살아 있는 사람이 이런 기운이 있을 수가 없다면서, 


살아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더 이상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을 하지 

말 것과 살아있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했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근데 정말 어떻게

내가 스스로 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며 더 이상 혼자 아파하지 말 것과,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이야기했다.


아내에게도 이야기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일이고 뭐고 간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살아있는 것만도 기적이라고 했다. 

그만큼 당시의 나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최악이었다.


너무나 힘들어하고, 끝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나로 인해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와의 다툼도 점점 많아졌다. 


답답한 마음에 화도 많이 내고 극도로 예민하게 굴고, 

무엇보다 일을 전혀 하지 않으니, 

와이프도 정말 힘들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하고 위로받기만을

바랬고, 아내는 또 아내대로 언제까지 기다리고,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쌓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곳마다, 

내가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진짜 위험한 상태라고 하니, 화도 못 내고, 

아내도 너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당장의 현실 앞에서, 

나의 무한 짜증 앞에서, 다툼이 없을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헤어질 수는 없으니, 부부 심리 상담소도 찾아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그냥 맘껏 방황을 하기로 했다. 


더 나은 부부관계 더 화목한 가정을 위해, 

오해와 다름의 문제로 서로에게 상처 주던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각자 마음에 있던 상처들을 치료하기로 했다. 


사실 아무런 의욕조차 없어서 참 답답했는데,

찾아가는 곳마다, 내가 진짜 죽는다고 이야기하고, 

살아만 있어라고 하니, 

내가 정말 심한 상태라는 이야기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그냥 예전 그때처럼, 내가 어찌할 수도 없으니, 

그냥 맘 놓고 쉬기로 했다. 

안식년처럼, 대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굳이 빨리 

회복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40대에 처음으로 사춘기를 보냈다,


한 번도 특별한 일탈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사춘기 한번 없었던 내가, 

온전히 나의 인생을 바라보며, 

내 목소리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배운 대로 들은 대로..

매일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 정말 대단하다고

정말 수고 많이 했다고,

어떻게 그렇게 버텼는지 참 존경스럽다고

나 정말 기특하다고...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맘껏 방황을 했다.

맘껏 거의 1년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직업이라는 게

참 고마웠다. 


물론 소득이 없는 부분은 정말 힘들었지만

누구를 위해서 억지로 무언가를 안 해도 되니까,

어쩌면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40대에 원 없이 방황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고,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가 고마웠다.


방황하는 동안,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내 미래를 새로 설계하기 위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 감정 공부, 힐링, 명상 등 

지친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공부를 내 경험을 바탕으로 참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극한의 방황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면서, 극복을 해 나갔기에,

이론이 아니라 실제 내 경험을 토대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더 치열하게 해결책을 찾으려 했었기에


웬만한 이론가들... 심리학자들보다...

어설픈 점쟁이들 보다...

솔직히 더 '힘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상담을

해줄 수 있게 된 거 같다.


하여튼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방황했다.

오직 살아있기 위해서 

살아만 있어도 감사해하며,


숨 막히는 도심을 떠나, 

마음이 편한 도시 외곽으로 이사도 나오고,


절에도 다니고, 

교회에도 가고,

성당에도 다니고, 


때론 그냥 20대 그때처럼 미친 듯이 

술도 마시기도 하고,

정신없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어디든 훌쩍 혼자 떠나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맘 편한 친구 보러 놀러 가기도 하고, 

하루 종일 만화방 같은 곳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내 마음에 평화를 줄 수 있거나 

내가 조금이라도 재밌어할 만한 것들을

찾아서 일단 해보는 생활을 하며 보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들을

하나씩 하면서..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을..

자책만 하며, 

의무감만 지고 달려왔던 나를 내려놓고


어찌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나를 원망하며

부끄러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던 나를 

더 이상 채찍질 히지 않고, 

더 잘해야 한다며 부담 지우지 않고


나 정말 대단하다고, 

나 진짜 훌륭하다고,


내가 못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못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내가 걸어온 과거를 인정하고, 

나를 더 인정하고 칭찬하고 사랑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방황을 끝내고 있었다.


결국은 

환경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였다.


앞으로 왜 나만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지?

그래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난 너무 억울해

가 아니라..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수많은 능력에 감사하며

더 큰 꿈을 꾸어도 된다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 시련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면...

걱정할게 아니라 그냥 극복하면 되는 거였다.


피할 수 있는 시련이면 그냥.. 피하면 되는 거고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하는 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극복을 할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선택지일 뿐인데..

나는 너무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나는...

생각보다 능력이 좋았다.

나만 모르고 있었을 뿐...


항상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지 않았고,..

워낙 예민한 성격이..

남들에게 조금도 피해를 안 주기 위해

혼자 처절하게 연구하고 공부했던 것들이..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실력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이제.. 맘껏 내 능력을 발휘하면 되었다. 


내가 바라는 꿈..

내가 정말 잘하는 일들..


나의 새로운 인생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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