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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6. 2020

Part 11 떠나야 하지만

챔피언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렇게 극심한 방황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 아니었기에, 부족한 생활비는 고스란히 빚이 되었다. 

돈을 모으는 건 힘들지만, 빚이 느는 건 순간이다. 


이제는 일을 해야 했다. 

고객님을 찾아뵙고, 보험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워낙 힘든 경험을 했던 탓에, 보험 가입을 

권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부모님께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내가 부담을 더 해야 하는 상황, 내가 근로소득을 통해 번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정지출을 최대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훨씬 높은 소득이 필요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법인 전문가 시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좀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나서 소액의 계약이라도 많이 하느냐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내 정서상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고, 그들과의 계약을 위해 골프와 술접대를 하는 건 맞지도 않고 하기가 싫었다. 돈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는 싫었다.


나는 그냥 나와 같은 서민들을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몇만 원짜리 계약을 조금씩 해서는, 필요한 소득을 올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 회사의 특성상 몇만 원짜리 소액 보험도 없기도 하고, 

고객님들이 주로 쉽게 찾는 손해보험사 상품만을 판매할 수도 없어서, 


고액 보험시장은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차마 못하겠고, 

소액 다량 보험 시장은 상품이 없어서도 할 수가 없었고, 

겨우 겨우 한다 해도 원하는 소득을 올릴 수가 없었다.


적은 보험료의 계약을 가장 부담 없이 많이 팔기 위해서는 푸르**이 아니라, 

모든 상품을 팔 수 있는 보험대리점으로 이직을 해서 영업을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 번도 푸르**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너무 지친 것도 있고, 환경을 바꿔 새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 

푸르**에선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 GA로의 이직을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는데, 

그래도 막상 그만두고 떠나려고 하니, 뭔가 아쉬운 게 있었고, 

사실 일을 못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만두고, 도피하듯이 실패자처럼 

다른 회사를 간다는 게 참 자존심도 상하고,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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