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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l 23. 2020

제대로 하면 너무 힘든 일

섭이의 보험 설루션

나는 올해로 만 11년 경력의 보험설계사다.

내가 보험영업을 하게 될 줄은, 그리고 이 일을 이렇게나 오래 하고

아마도 평생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했고,

단순히 몸 쓰고 무얼 만드는 건 전혀 소질이 없어서,

대신 전망 좋다는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밤새워 프로그램을 짜고, 버그를 잡는 것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서, 2년 동안 술만 마시다가 군대를 갔다.

제대와 동시에 부모님 몰래 수능을 봤고, '인권변호사'를 꿈꾸며,

컴맹인 컴돌이를 그만두고 25살에 대학 1학년 신입생 법돌이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밀려온 집안의 문제 등으로, 공부에 전혀 집중을 못했고,

사법고시는 나 같은 마음 약한 사람이 넘을 수 있는 시험이 아님을 깨달으며

짧고 굵게 총 5년의 사법고시 도전을 끝냈다.


30살이 다된 나이, 저스펙도 아닌 NO스펙자에겐 취업은 너무나 어려웠다.

영어, 학점, 어학연수, 사회경험 전무한, 이력서에 쓸 거라곤

'사법고시 실패'하나뿐이었음에도, 이런 특이한 이력을 마침 원했던

기업이 있어서, 10년간 이어졌던 우울한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천운으로 들어간 기업이었지만, 사실은 세계 최고의 승강기 회사였고,

어쩌면 대구에서 다닐 수 있는 최고 레벨의 외국계 기업이었다.

너무나 고마운 회사였기에, 정말 열심히 일했고, 최고의 성과를 냈고,

초고속 승진과 대우를 보장받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소중한 아이가 생겼다.

똑같은 일상, 아무런 가치도 보람도 없고, 다른 꿈을 꿀 수 없는 일을 하며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나는 보험 일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왔다.


보험 챔피언이 되기보다는, 그냥 나 같은 보험 설계사가 좀 많아졌으면

그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11년을 보냈다. 예상대로 단 한 번도, 아니 챔피언 근처도 못 가본

그냥 그런 보통의 보험 설계사였지만,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 주는 게

싫어서,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손해 입는 게 싫어서, 미안한 마음 느끼기 싫어서,  고마워요 그 한마디 더 듣고싶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정말 보험은 어렵다.


어찌 보면,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두려웠지만, 대신 보험 자체는 루키 때가 제일 쉬웠다.

마치 내가 전문가나 된 듯, '좋은 상품'을 권하고, 심지어 보험 해약과 리모델링이 참 쉬웠다.

머리로만 생각을 하니, 좀 더 좋은 상품으로 변경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소소한 실비, 수술, 입원비부터, 암, 뇌출혈 진단금과 후유장해... 그리고 사망보험금까지..

의도치 않은 보험금 분쟁도 있었다. 보험금 부지급도 감내해야 했다.

억울한 부분은 끝까지 싸워서 결국 다 이기긴 했지만, 상처와 두려움이 생겼다.


워낙 더 예민한 성격 탓도 있지만, 점점 더 생각이 많아졌다.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많아졌고, 한 명 한 명에 대한 상담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단 몇십분만에, 일가족 보험 리모델링을 하는 사람, 한 달에 100-200건 계약을 하는 사람,

그냥 쉽게 쉽게 계약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은 외롭다.


대부분 설계사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고객이 원하는 대로 그냥 맞춰주면 쉬울 텐데.

이놈의 성질머리가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기어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믿는 보험, 나의 철학을, 고객을 위한다는 이유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상담이 점점 더 어렵고 길어진다.


이제는 검토해야 하는 회사, 상품도 엄청나게 더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상품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또 손해율의 급증으로

수시로 약관과 가입 조건은 바뀌었다.

그 수많은 회사 상품 약관을 수시로 보고 비교한다는 게 너무나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 볼수는 없어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는 보험금 청구도 점점 더 많아져서, 보상 관련 공부해야 할 것도

폭발적으로 늘기만 한다.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 배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가

다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나마 내가 믿고 검토가 끝난, 보험금 분쟁이 가장 적은 상품만을

팔아야 했기에, 나는 점점 더 느려지고, 상품과 설계는 더 보수적이 되었다.

며칠을 고민해놓고, 리모델링 원하는 고객께 그냥 유지하시라며 돌려보낼 때도 있고

암보험만 원하는 가장에게 끝까지 생명보험 주장하다가,

한건의 계약도 못하기 일쑤다.


점점 더 화려 해지는 상품, 쉽게 본인이 생각한대로만 가입하려는 고객은 많아지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프로세스를 지켜서, 진정 고객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주고,

고객에게 맞는 솔루션을 주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처럼 가성비 극악의 상담과 영업을 하라고는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고객을 위해 정말 많은걸 포기해야 하는 그 아픔을 강요할 수가 없어서,

섭이의 보험을 함께할 후배를 뽑고 교육하는걸 잠점 보류했다.

이렇게 할 사람이 나말고는 없을 것을 알고 있다.


나처럼 하면 절대 보험영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벌 수는 없다.

고객들에게는 최고일 수 있지만, 나는 사실 너무 힘들다.


아무리 진짜 좋은 보험을 이야기해주려고 해도 듣지도 않고,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나를 오히려 의심한다.


제대로 하려면 너무나 힘든 일이 보험일이다.

보험영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하느냐에 따라

'나'와 '고객'중에 더 좋은 사람이 결정된다.


윈윈이 제일 좋지만 참 쉽지 않다.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 더 검토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질 테고, 나의 상담은

고민거리는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렇지만 아마 나는 계속 이렇게 할 것 같다.

사람은 안 바뀌니까... 그보다.. 이게 가장 고객에게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그래야 내가 이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결국 나는 지금 왔던 길을 앞으로도 갈 것이지만,

사실 한 번씩, 좀 너무 쉽게 계약하고, 또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하다...


오늘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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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파트너스 홍창섭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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