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명상을 시작하면 생각이 폭발해요.
마치 화산이 용암을 분출해 내는 것처럼요.
잘하고 있는 건가요?
저는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 눈을 감고 호흡을 하기 시작하면 생각의 바다를 유영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생각으로 가득 찬 우주와 같은 진공공간을 떠다니며 쏟아지는 생각들을 피하기도 하고, 붙들기도 했다랄까요?
명상을 한다는 것은 머리와 마음을 고요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는데, 눈만 감으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쏟아지다니... 게다가 생각들이라고 하는 것도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거기 맛있다고 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명상 끝나고 뭐 먹지? 입맛이... 회사에서 그 친구, 왜 그런 말을 했지? 아까는 생각 못했는데,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그 친구, 인사 안 하고 지난 간 거 같았는데, 내가 싫은가?... 아, 다음 주까지 끝내야 하는 일, 아직 못했는데... 그거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당장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거 같아.... 뭔가 실수하진 않았나? 빠뜨린 일은 없나?... 그래, 내가 그때 화냈던 이유는 그거 때문이었어.... 아, 갑자기 열받네?...
그저 이런저런 맥락 없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곤 했죠. 그리고 때때로 그 생각이 만들어내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당장 무엇인가 기록하거나 실행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과 조바심을 느꼈고, 대다수는 미처 그 상황에서 놓친 감정들- 화, 짜증, 서운함, 미안함, 자책 등등 -이었죠.
생각에 이어 그런 감정들이 찾아올 때면 명상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명상만 하면 감정이 더 커지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감정들은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친구가 했던 말, 왠지 마음에 걸려. 내가 잘못한 게 있었나?'라는 생각이 '불안함,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내면 '아, 그때 그 일 때문에 그 친구가 마음이 상했을지도 몰라. 내가 눈치가 없었나?'라는 새로운 생각들이 뒤따랐어요. 그렇게 그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불편하고도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에 휩쓸려 명상 시간을 모두 보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평화와 고요를 구했어야 할 명상시간이, '이 잠깐의 시간도 집중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이' 하며 저 스스로를 나무라고 자책하는 시간이 되곤 했어요.
A. 생각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강아지와 같아요.
명상은 그런 생각을 알아차리고,
생각에 휩쓸리지 않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다독여
다시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오는 연습입니다.
생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생각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강아지 같은 것이라고요.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가고, 또 현재에 왔다가 금세 어딘가로 가버리는... 강아지 같다고요.
처음 명상을 할 때는 생각의 존재, 그러니까 강아지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저 덩치 큰 강아지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듯, 생각에 끌려다니는 거죠. 서서히 이 생각과 감정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그저 귀여운 강아지가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하듯 왔다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아, 생각이 왔구나. 감정이 왔구나.' 알아차리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잠깐을 못 참고 또 생각을 했어! 또 감정에 휩쓸렸어!' 이렇게 스스로 타박하고 나무라기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라고요. '아, 생각이 왔다는 걸 알아차렸구나. 다시 호흡을 해보자' 이렇게요.
명상의 기본자세는 '따뜻함'이고, 명상의 목적은 흩어지는 우리의 주의를 다시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져오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도 말입니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을 연습을 했어요. 명상을 하면서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그저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바라본 후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오는 연습을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저에게 너무 들러붙어있어 알아차리거나 바라보기 힘들었고, 저를 강하게 붙잡아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강한 불안감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그렇지만 다시 '알아차리고-호흡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반복하며 명상을 끝내고 나면, 그 불안감은 참 출처도 없는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싶기도 했어요.
아직도 명상을 하려고 하면, 온갖 생각들이 찾아옵니다. 스쳐 지났던 말들이 떠오르고, 스쳐 지났던 표정들도 떠오르고, 제가 했던 실수와 과오들도 떠오르고,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과오들도 떠오릅니다. 약 3년 가까이 명상을 하며 나아진 점이라면, 이제는 겨우 이 생각들이 감정을 만들어내기 전에 다시 호흡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참 어렵다 싶고, 어떤 큰 사건들은 아직도 잘 안 돼요.
그래서 언젠가 명상을 계속하다 보면 정말로 생각이 찾아오지 않는 고요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 싶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렇게 명상을 연습할 뿐이지요. 이 정도로만 명상을 하고 나도,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차드멩탄의 <기쁨에 접속하라>는 책은 비교적 쉽게, 바로 따라 하기 좋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글 엔지니어였던 차드멩탄이 직원들을 위해 개발한 명상법이거든요.
그 내용 중 일부, 강아지 명상법과 관련된 오디북을 찾았어요. 20분가량 짧은 내용이니 들어보시고, 관심이 간다면 책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https://youtu.be/eXg57X6RPIg?si=oa9QqCAl2Z3G4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