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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피 Jan 11. 2024

Q. 명상으로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Q. 저는 감정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생각은 많고,
마음이 삐뚤어지고 못난 것 같아요.

명상을 하면, 좀 더 여유롭고 안정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명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실리콘밸리 이야기로부터였습니다. 2010년대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뛰어난 분들이 '명상'이라는 것을 한다지 뭐겠어요? 그거 스님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고, 저 똑똑한 사람들이 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한참이나 지나서,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삶의 이벤트들이 파도처럼 몰아치고, 더 이상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겠다 싶을 때쯤, 다시 명상을 떠올렸습니다. 때마침, (항상 배움을 주는) 제 인생의 파트너이자 짝꿍이 '명상을 해보는 건 어때?'하고 제안을 했죠.


그전에도 유튜브 영상이나 명상앱을 이용해서 잠깐씩 명상을 해보긴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오디오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아주 잠깐 생각을 비워내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명상을 찾아보다 오래 다니던 요가원에서 진행하는 'MBSR'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신청했습니다. MBSR은 불교 명상을 베이스로 하지만 종교적 색채를 빼고, 1979년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명예교수였던 존카밧진 박사님이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많은 국가의 병원과 대학에서 연구를 이어오고 있기도 합니다.


명상이라는 게 역사가 깊은 만큼, 갈래도 다양하고 초심자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영역이기도 했기에 MBSR이라는 프로그램이 반가웠습니다. 너무 모르고, 물어볼 곳도 없다 보니 명상원을 봐도 '이거 사이비 같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그 수업의 거의 첫 시간에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A. 아니요. 명상은 자기 계발이 아닙니다.

그저 잊고 있었던,
혹은 여러 이유로 가려져 있던

존재 그 자체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다시 되찾아 가는 과정이에요.




첫 수업에서, 선생님은 '명상은 자기 계발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잘하고자 애쓸 필요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평가할 수도 없는 수련이라고요. 그때는 그 말도 아리송했는데, 한참이나 명상을 지속해 오고 나서야 그 뜻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기준에 맞추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솔직히 이만큼 지나 돌아보니, 그중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이상한 것도 많았고,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함을 느낄 수도 있었어요.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잘해야'하고, '잘 살아야'하고, '무엇이든 성취해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성숙하면서는 내면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죠. '더 해야 해. 더 노력해야 해. 더 완벽하게 해야 해. 더 잘해야 해. 이겨야 해. 버텨야 해....'


어린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지만, 우리 모두 거쳤을 그 시기는 기억 속에서 사라졌기에 어쩌면 우리는 항상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나는 못났어. 그렇기 때문에 노력해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을지도 몰라요.


명상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여러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진흙이 섞인 물을 병에 넣어 잔뜩 흔들면 뿌옇게 흐려지지만, 가만히 두면 다시 맑은 물을 볼 수 있다고요. 진흙밭에서 뒹굴어 새까매진 강아지도 맑은 물을 맞으며 가만히 있으면 다시 뽀얀 털을 볼 수 있다고요.


우리 역시 그저 아등바등 살아오며 스스로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못난 구석만 바라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명상은 그저 흙탕물에 가려진, 진흙밭에 뒹굴어 새까매진 우리가 스스로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연습입니다.


그래서 명상이 참 어려워요. 우리에게 습관으로 남아 있는 태도들이 명상을 방해하거든요. 명상도 잘해야 할 것 같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못하면 큰일 날 것 같고... 실제로 명상 수련을 하다 보면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나눔 시간에 스스로를 '질책'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집중도 못하고, 자꾸 움직이고, 생각하고... 엉망이었어요. 저는 왜 이렇게 못할까요.' 하면서요. 그러면 선생님은 그저 '명상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입니다.' 하며 편안하게 웃어 보이셨습니다. 그러면 조금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명상하는 시간만큼은 조금 느슨하게 보내고자 합니다. 여기에도 '노력'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만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습관처럼 쓰게 돼요. (방금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라고 썼다가 지웠습니다.)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내가 나를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다면, 타인에게도, 세상에도 좀 더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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