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다 질문하고 들은 이야기
이런저런 이유로 명상을 시작하고, 몇 번의 클래스를 들으며 지도자 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단언컨대, 저는 명상을 정말 못하는 사람입니다. 수업시간에도, 업무시간에도 질문을 잘 하지 않는데 명상 수업 시간에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곤 했죠. 너무 쉬운 우리 말인데,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처음 요가를 배울 때, 필라테스를 배울 때 '갈비뼈를 닫으라거나', 또는 '골반을 말아 올리라거나' 하는 말을 듣는 것과 비슷했어요. 그게 가능해? 하는 생각이 들곤 했죠.
명상 수업 때는 저널링, 즉 그 시점의 생각이나 감정,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도록 합니다. 지금도 저널링 노트를 펼쳐보면 질문과 답만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요. 다른 참여자들이 명상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할 때, '저, 선생님.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요...? 여전히 혼란스러워요. 제가 명상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요? 다리가 너무 저려요. 피부가 너무 가려워요...' 등등의 질문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명상을 하면서, 저는 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았으며 (이는 후에 심리상담을 통해 여러 종류의 심리검사를 해보면서 더 확실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연민이 낮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그 결과 반복적으로 번아웃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여자들이 첫 클래스에서 느끼고 이야기한 걸, 저는 두세 번 클래스를 반복하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어요. '아, 이런 걸 느꼈던 거구나.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거구나' 하고요. 명상은 현재에 머무르며 현재의 감정과 상태를 알아차리는 훈련인데, 저는 현재에 머물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던 거죠. 매 순간 과거로 가 후회하고 자책하거나, 또는 미래로 가 걱정하고 불안해 하니 어떻게 마음이 편할 수 있었겠어요. (그 불안감으로 몰아붙이니 생산성은 나왔지만 금방 방전되곤 했었겠죠.)
아직도 명상의 초심자지만, 어느덧 2-3년째 명상을 뜨문뜨문 이어오다보니 초기의 질문들이 아련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잊어버리기 전에, 명상 초심자의 질문과 그때 얻은 명상선생님의 이야기를 가볍게 기록해 보려고 해요.
명상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던 저의 이야기이기에, 명상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 나중에 지도자가 되어서도 이 이야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