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빠 같은 면이 많아서 엄마가 늘 지적해 줬잖아. 특히 시어머니 앞에서는 절대 다른 사람 험담하지 말고. 그래야지 어머니께서 ‘아, 우리 며느리는 생전 다른 사람 험담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야……”
친정에서 맛있는 엄마 밥 먹는 건 좋은데 엄마의 일침은 여전히 늘 불편하다. 예전에 비하면 진짜 많이 좋아지셨지만 빈도가 적어진 거지 생각은 변함없으신.
어릴 적부터 말을 너무 쫑알쫑알 가볍게 해서 지적을 많이 받았다. 상처받은 어린 마음에 평생 말 못 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도 많았다.
엄마의 수만 번 일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말실수도 넘쳐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자책했다면 요즘에는 그냥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항상 옳고 적합하고 긍정적인 말만 하면 좋겠지만 부족한 인간으로서 그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예 입을 닫고 살 수는 없고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필요하다.
아니야. 자네는 말이 많지만 남에게 해 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말을 아낀 건 말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곤 해서야. 그저 과묵한 게 남에게 피해를 덜 주는 거더군." 곽 선생이 들고 있던 잔이 기억났다는 듯 뒤늦게 소주를 비웠다. “하지만 배워야 했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는 말이었어. 점장님의 두서없이 늘어놓는 이야기는 잔소리 같지만 사실은 배려 라네. 자네의 수다 역시 나쁜 의도가 아니란 걸 알고 있고, 나는 그렇게 할 말재주도 심성도 부족했던 것이고.
<불편한 편의점 2> p.179
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해야지. 내가 생각 없이 한 말이 나 자신을 깎아 먹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건 맞으니까.
내가 부모가 돼보니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한 내 자식이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