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지만 고립되지는 않기
어제 동생 덕분에 어쩌면 평생 볼일 없었던 사람과 커피도 한잔 하고, 식사도 했다. 동생이 이 만남을 제안했을 때 사실 별로 달갑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알고 싶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요즘이기에.
하나뿐인 동생 말을 거역할 수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났다. 그리고, 좋았다.
오랜만에 나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하는 것도 좋았고, 많은 추억을 상기시키는 그 나라 사람의 특유한 정서가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MBTI를 여러 번 검사해도, 나는 I 다.
워낙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걸고, 막상 만나면 이야기도 잘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외향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내향인이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늘 새벽 네시에 일어나 충전한다, 나 자신을.
예전처럼 딱히 인간관계에 집착하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어져서 한동안 내 성향대로 살아왔다. 내가 원하던 그런 심플한 삶인데 가끔은 고립된 느낌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책, 한소희 작가님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에서 읽은 것처럼,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지만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성향이라는 게 자신이 잘하고 편하게 느끼는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다 보면 극단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자신이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잘하고 익숙한 부분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반대되는 성향을 억압할 수 있다. 자신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그만큼 약한 부분을 외면하는 것일 수 있다. 그 부분을 알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조금씩 보완이 가능하다.
-정우열 <엄마들만 아는 세계> p.79
뭐든 치우치지 않는 “중용사상”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극단적이거나 편협해지고 싶지는 않다. 내향인의 삶을 살고, 고독을 즐기 돼, 가끔은 외향인처럼, 고립되지 않도록,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나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