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시선으로부터>
확실히 동생 덕분에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아이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많은 것들이 한 발짝 떨어져서 볼 때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아들을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딸을 낳아서 진심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솔직히 아들을 낳았다면 내가 지금보다 훨씬 편했을 것 같다. 기관에도 진작 보냈을 것 같고, 막연한 불안감도 덜했을 것 같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신체적인 조건은 변함이 없다. 물리적 힘이 현저히 남자보다 약하다는 사실에 딸 가진 엄마는 아들 가진 엄마보다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스러운 꼬마숙녀 엄마가 되었다는 게 여전히 경이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무엇을 하든 엄마만 찾고 힘들게 할 때는 화도 내고 삶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에서 하트가 뿅뿅.
마음 같아서는 세상의 유해한 것들로부터 완벽하게 차단시켜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늘 불안한 마음이다.
지난주에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우리 꼬마 숙녀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물론 방향이라는 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바뀌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리고 예쁜 걸 보면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간혹 짓 밝고 싶어 하는 도라이도 존재하는 세상이라서 자기 보호 능력이 절실하다.
어른들이 말씀하면 무조건 "네네네", 참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 덕분에 예쁨도 많이 받고 혜택(?)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끝났고 끝나야만 한다.
좇같은 걸 좇같다고 욕하는 게 포인트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때에 따라 소리도 지르고 난동을 피울 줄 아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