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호의를 기억하기
이른 오전,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같이 식사했던 지인분이 카톡을 보내오셨다. 내 옆지기가 또 바리바리 잔뜩 무언가를 손편지와 함께 보냈다고.
아침에 행동이 굼뜨다고 옆지기를 구박했던 게 미안해지며 고마웠다. 자신이 베푼 건 금세 잊어버리면서 다른 사람의 호의는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꼬옥 보답하는 훌륭한 인성을 지닌 사람. 다른 건 몰라도 인성 하나는 조금도 나무랄 데 없는 사람. 특히 베푸는 마음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최고다.
올해, 원래부터 많지 않았던 인간관계를 끊어냈다. 나도 베풀며 사는 걸 좋아하지만 옆지기처럼 내가 베푼 호의를 잊어버리지는 못한다. 오고 가는 게 없으면 한 번 두 번 지켜보다가 점점 소원해진다. 많은 관계에 있어서 굳이 내 돈 써가며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고갈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인간관계에도 미니멀라이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피 섞인 가족 아닌 이상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질질 끌고 갈 필요가 없더라는. 안 그래도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체력과 시간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쓰자고 다짐해 본다.
요즘 계속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내가 베푼 것만 생각났는데 옆지기를 보면서 문득 나 또한 타인의 호의를 당연시 여기고 가정보육을 핑계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내년에는 최소한 내가 받은 것은 꼭 기억해 두었다가 보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