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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구 Dec 09. 2023

가족이란 어쩌면 '훌훌' 털어버릴 수 없는 존재

문경민 <훌훌>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을 읽고 나니 "가족"이란 어쩌면 매일매일 한 솥밥을 먹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에게 한 달 만에 진로 고민이 될 정도로 깊은 정이 생긴 걸 보면 말이다. 


진로 고민이 조금 복잡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대학 합격을 빌미로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결심은 여전했지만 연우가 은근히 걸렸다. 연우 아빠를 찾으면 해결될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대학 진학과 동시에 완전한 독립을 이루겠다던 냉엄한 포부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집 근처의 학교를 찾아보기도 했다.(p.117)


자라온 환경과 무관하게 천성이 따뜻한 주인공 '유리'라는 아이에게 마음이 간다. 가족은 떨쳐내고 싶다고 '훌훌' 털어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건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입양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혈연, 혼인으로 맺어진 가족이든... 그래서 정이 무섭다는 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정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김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할아버지와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p.172)


머리로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가족'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고, '훌훌' 털어버릴 수도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아온 나는 더더욱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예전보다는 많은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문득 생각나서 나를 울컥하게 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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