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쩐구 Dec 14. 2023

계산 빠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더치페이

내 돈은 소중하다. 타인의 돈도 소중하다.

동생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식당에 가서 코스요리를 먹고 왔다. 일 인당 8만 원. 동생은 비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동생이 우리를 위해 매일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뒤에 0을 하나 더 붙여도 부족하다. 동생과는 뭘 해도 늘 그런 마음이다. 아무리 나름 무언가를 해줘도 늘 부족한 느낌.


안타깝게도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든 적이 거의 없다.


평소에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게 되면 십중팔구 계산이 빠른 내가 산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것에 대해 별생각 없었고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함께 식사할 정도면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내가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서 식사를 제안했을 테니까.


그런데 올해는 아이 또래 엄마들 몇몇을 만나 소비하면서 '아깝다'라는 개념이 생겼다.


자신은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다니면서 아이 간식 하나 나눠주는 것도 벌벌 거리는 엄마부터, '다음에 제가 살게요'라고 말만 하는 엄마, 내가 사는 걸 알면서도 거침없이 주문하는 엄마 등등등. 다양한 엄마 사람을 만나면서 깨우쳤다. 아이 또래 엄마들과 굳이 가까이 지낼 필요도 없고, 만나더라도 더치페이가 서로에게(특히 나처럼 계산 빠른 사람에게) 낫다는 것을.


그나마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전에 이 사실을 깨우쳐서 다행이다 싶다.


내 돈은 소중하다. 타인의 돈도 소중하다. 누군가가 좋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나에게 베풀 때 그건 그 사람이 돈이 넘쳐서 베푸는 게 아니다.


비록 내 명의는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큰 평수 아파트에 살고 있고, 평소에 나도 옆지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편이라 다른 사람 눈에는 여유로워 보이는 것 같다.(아님 그냥 호구 취급하는 건지)


여유가 완전히 없는 것 아니지만 평소에 나는 십만 원 안 되는 운동화 하나도 6개월 고민하다 안 사고, 명품 같은 것은 아예 쳐다도 안 보며, 나름 알뜰살뜰 아껴가며 베푸는 것인데... 내가 넌지시 말해도 농담한다고 생각하거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은 걸 보고 마음을 닫았다. 굳이 그런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고 베풀 필요도 없다.


내년에는 인간관계를 더욱 심플하게 만들고, 합리적인 소비로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잘 챙기며 살아야지.



작가의 이전글 시아버지와 대화, 좋은 질문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